물 위에 세워진 금산사 미륵전(彌勒殿) 이야기

문화/생활불멸 (태자) 2020 冬

 

 

 

미륵장륙상을 모신 미륵전(彌勒殿)28은 땅이 아닌 물 위에 세워졌다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도 전하여진다.


 

지장과 미륵 두 보살로부터 수기를 받은 진표 스님은 산에서 내려와 금산사로 갔다. 때는 경덕왕 21년(762) 4월이었다.

 

스님은 금산사를 대가람으로 중창할 원력(願力: 부처에게 빌어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마음의 힘)을 세웠다. ‘옳지, 저 연못을 메우고 거기다 미륵전을 세우자.’ 경내를 둘러보던 스님은 사방 둘레가 1km나 되는 큰 호수에 눈이 머물렀다. 불사(佛事)는 바로 시작되었다.

 

돌과 흙을 운반하여 못을 메웠다. 그러나 아무리 큰 바위를 굴려 넣어도 어찌된 영문인지 연못은 메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인력과 비용을 댈 수가 없게 되자 진표스님은 미륵과 지장보살의 가호 없이는 불사가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곧 백일기도에 들어갔다. 백일기도를 마치는 날 미륵과 지장보살이 나타났다.

 

“이 호수는 아홉 마리의 용이 살고 있는 곳이므로 바위나 흙으로 호수를 메우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고 숯으로 메워야만 하리라. 인근에 눈병이 퍼질 것이니 너는 사람들에게 숯을 한 짐씩 지고 와서 호수에 붓고 나서 눈을 씻으면 완치될 것임을 알리도록 해라.”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일대에 눈병이 창궐하게 되었다. 진표스님은 신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구든지 눈병이 있는 사람은 숯을 한 짐씩 져다가 호수에 넣고 그 물에 눈을 씻으면 나을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신도들은 수군대기 시작하였다.

 

“스님이 백일기도를 마치고 나서 좀 이상해지셨나 봐요.”

 

“아냐, 절을 세울 수가 없으니까 이젠 별소릴 다하는군.”

 

그러던 어느 날 안질을 심하게 앓고 있던 한 사람이 숯을 지고 금산사에 도착했다. 그는 지고 온 숯을 호수에 넣고 그 물에 눈을 씻었다. 눈병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너도 나도 숯을 지고 몰려와 금산사 호수에는 하루에도 수천 명의 눈병환자들이 줄을 이었다. 호수 물은 며칠 안가서 반으로 줄게 되었다. 그렇게 수 주일이 지나자 호수는 아주 메워져 반듯한 터를 이루었다.

 

 

이 금산사 터에 대해서는 이중환이 지은 『택리지(擇里志)』29에도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언급이 되어 있다.


 

모악산(母岳山) 남쪽에 있는 금산사(金山寺)는 본래 그 터가 용추(龍湫)로서 깊이를 측량하지 못하였다. … 대전 네 모퉁이 뜰아래서는 가느다란 간수(澗水: 산골에서 흐르는 물)가 주위를 돌아 나온다.

 

이 같은 표현을 보게 되면 원래 이곳이 못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불멸 (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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