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사상의 생태적 사유와 통합생태론

기획할방 (신선) 2022 秋

 

 

Ⅰ. 왜 종교인가?

 

 

우리는 인간을 포함한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위협받고 있는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지구적 위기를 단지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원인의 결과로 인식하지 않는다. 영적 그리고 윤리적 위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경제적, 정치적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인간과 인간을 넘어 인간과 지구, 인간과 인간 이외의 존재와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 바로 이점이 본 글에서 대순사상의 ‘상생’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우리에게 가장 긴급한 시대적 과제는 ‘오이코스’ 즉 지구라는 집안 살림 전체를 걱정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지구를 지속가능하도록 유지시켜주는 데 있다. 대다수 종교생태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종교가 신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인간과 지구, 인간과 인간 이외의 존재와의 관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생태위기를 초래한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 인간을 인간 이외의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지구 시스템을 고려하여 인간 삶의 방식과 사회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생태에 대한 종교의 부정적 역할을 주장한 린 화이트(Lynn White)는 유대교와 기독교가 신의 초월성을 강조해서 인간의 자연 지배를 강조했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자연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결국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린 화이트의 주장은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종교가 개인의 구원에만 관심을 가졌다는 것, 살인, 대량학살 등에 대해서는 언급했지만 자연파괴, 지구학살에 대해서 중요하게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태위기 담론에서 종교는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그만큼 생태문제에서 종교의 역할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인류가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보다 지구공동체의 공존을 위협하는 ‘생태위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관계맺음의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일생동안 엔트로피(entrophy)의 문제를 연구하여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일리야 프리고진(Ilya Prigogine)은 “근대 과학은 이성의 승리였지만, 이성의 승리는 우리에게 슬픈 진리를 가져다 주었다.”고 주장하면서 세계관의 전환을 요청했다. 세계관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정복, 약탈, 착취의 관계가 아닌 조화의 관계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1 이제 인간은 지구, 자연과 ‘더불어 함께’ 존재해야 한다는 생태적 자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최근 인류학과 종교학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존재론적 전회(ontological turn)’, 철학과 사회학의 ‘신유물론’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듯이, 인간이 타자와 생명, 자연과 인간 세계와 맺는 전통적 경계를 허물고 새롭게 정립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종교는 철학과 마찬가지로 ‘지혜’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교는 생명을 중심개념으로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관을 형성한다. 종교에서 생태적 지혜를 찾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종교는 사상이며 동시에 실천 혹은 운동이다. 종교는 사상이면서 궁극적 목적을 위한 운동성을 지니고 있다. 즉 철학은 사고에 대한 기술이지만 종교는 서술이며 처방이다.2 바로 이 지점이 지구적 위기에 종교가 응답하고 실천해야하는 이유이다. 세계관의 변화와 새로운 관계맺음의 모델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서 대순사상의 ‘상생(相生)’과 ‘보은(報恩)’은 지구적 위기시대에 필요로 하는 생태 원리이자 생태학적 사유이다. 본 글에서는 대순사상의 생태학적 사유를 ‘상생’과 ‘보은’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나아가 ‘상생’을 통합생태론적 관점으로 재해석해보고자 한다.

 

 

Ⅱ. 대순사상의 생태적 사유: 상생3

 

 

대순사상의 생태학적 사유에 대한 논의는 인간 공동체들과 지구 그리고 만물에 대한 관계들을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생태학은 생태적 공동체의 조직 원리를 이해하는 학문이다. 그 조직적 원리는 상호의존성이다. 생태적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은 복잡한 관계들의 연결망, 즉 생명의 그물 속에서 상호 연결되어 있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공생한다. 공생하고 있다는 것은 생태적 관계망을 통해 유지된다는 것이다.4 그래서 생태학은 생존학이면서 관계 또는 관계에 있는 존재들에 관한 학문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생태학적 사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연결’과 ‘공존’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생’은 모든 생태적 원리가 된다.

 

대순사상에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만물의 관계 원리는 상생으로 설명된다. 따라서 대순사상에서 생태학적 사유는 ‘상생’이다. 대순사상에 의하면, 인간과 인간, 천지만물과 인간은 본래 평화적이고 상생적 질서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천계(天界), 지계(地界), 인계(人界) 즉 삼계(三界)가 원한이 쌓이면서 천하가 병에 걸렸기 때문에 상생을 위해서는 해원이 필요하고 해원을 통해 상극에서 상생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그래서 해원상생은 삼계의 모든 원한을 풀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우주적 평화 곧 생명평화의 이념이다.5 그런 의미에서 상생은 생태적 사유이기도 하지만 생태윤리이기도 한 것이다.

 

강증산의 생태적 사유는 [전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상제께서는 어려서부터 성품이 원만하시고 관후하시며 남달리 총명하셔서 뭇 사람들로부터 경대를 받으셨도다. 어리실 때부터 나무심기를 즐기고 초목 하나 꺾지 아니하시고 지극히 작은 곤충도 해치지 않으실 만큼 호생의 덕이 두터우셨도다.6

 

상제께서 말씀하시기를 「일의 곡직은 여하 간에 원래 대인의 일이 아니라. 남자가 마땅히 활인지기를 찾을지언정 어찌 살기를 띠리오」하시니7

 

제생의세(濟生醫世)는 성인의 도요 재민 혁세(災民革世)는 웅패의 술이라. 벌써 천하가 웅패가 끼친 괴로움을 받은 지 오래되었도다. 그러므로 이제 내가 상생(相生)의 도로써 화민 정세하리라. 너는 이제부터 마음을 바로 잡으라. 대인을 공부하는 자는 항상 호생의 덕을 쌓아야 하느니라. 어찌 억조 창생을 죽이고 살기를 바라는 것이 합당하리오.」

 

김덕찬과 김성국은 꿩이 많이 날아와서 밭에 앉기에 그물을 치고 꿩잡이를 하였는데 이것을 상제께서 보시고 「너희들은 잡는 공부를 하라. 나는 살릴 공부를 하리라」고 말씀하셨도다. 이상하게도 그 많은 꿩이 한 마리도 그물에 걸리지 아니하니라.8

 

강증산의 생태학적 사유는 제생의세(齋生醫世), ‘호생(好生)의 덕’, ‘활인(活人)지기’, ‘살릴 공부’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강증산은 초목과 곤충까지 생명으로 바라보면서 적극적으로 생명살림[상생]을 주장해 왔다. 그래서 일찍이 김지하는 한국 신종교운동을 생명운동으로 바라봤고, 증산사상을 생명사상으로 해석했다.9 강증산이 제창한 ‘제생의세(齋生醫世)’에서 ‘제생’은 생명살림을 의미한다. 하지만 재생의세는 단순히 인간에 한정되지 않고 인간 이외의 생명체도 포함된다. 따라서 ‘서로살림’을 의미하는 상생은 모든 생명체를 포함하는 것으로 천지만물의 생명살림을 내포한다.10 상생이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 적용되고 있는지는 다음의 구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천지(天地)에 신명(神明)이 가득 차 있으니, 비록 풀잎 하나라도 신(神)이 떠나면 마를 것이며, 흙 바른 벽이라도 신이 옮겨 가면 무너지나니라.11

 

강증산에게 천지만물은 생명 아닌 것이 없다. 그는 신명이 천지에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았고 인간을 포함한 천지만물에 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월 최시형이 모든 만물에 하늘이 있다는 ‘物物天’을 설했다면, 강증산은 모든 만물에 신이 있다는 ‘物物神’을 제창하고 있는 것이다. 강증산은 들판에 무수히 피어나는 풀잎 하나에도 신이 있어서 그 신이 떠나면 풀이 말라죽는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의 벽에도 신이 있어서 신이 떠나면 무너진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말해 천지만물에 신이 내재하고 있고 신이 떠나면 마를 것이라는 의미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신명은 생명력을 의미한다.12 풀잎 하나하나에도 생명의 존엄성을 발견한 것이다. 따라서 천지만물은 존재와 가치를 지닌 살아 있는 주체로, 즉 인간이 조정하거나 정복할 수 있는 객체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할 대상이 된다. 이러한 천지만물의 생명력에 대한 자각은 서구 물질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강증산은 서양문명을 “물질에 치우쳐서 도리어 인류의 교만을 조장하고 마침내 천리(天理)를 흔들고 자연을 정복하려는 데서 모든 죄악을 끊임없이 저질러”라고 비판했다.13 자연이 정복의 대상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질문명이 창생(蒼生)의 편의는 주었지만 인간이 자연의 주임임을 자처하고 자연을 정복해 왔던 실상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에게 물질문명을 대표하는 산업문명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을 분열시킴으로써 서로 대립하는 상극의 세계이다. 산업문명은 상생 원리를 상실한 채 자연을 파괴와 정복의 대상으로 인식한 문명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천지가 상도(常道)를 잃고 세상은 참혹하게 된 현실을 강증산은 ‘천하개병(天下皆病)’이라 지칭했다. 여기서 ‘상도’는 ‘상생의 도’로서 죽임문명에서 살림문명으로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강증산의 천지공사가 지향하는 원리인 해원상생사상은 인간과 신명,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등 모든 존재가 상극적인 관계가 아닌 상생적 관계로 정립하는 사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원상생사상은 생명평화의 사상과 다름이 아니다. 상생은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관계,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서로 잘되기를 바라는 생명평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14

 

  

Ⅲ. 생태실천윤리: 보은상생(報恩相生)과 천지대은(天地大恩)

 

 

한국 개벽종교의 특징은 천지에 대한 은혜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학을 창시한 수운 최제우는 “천지가 덮고 실어주는 은혜를 느끼며, 일월이 비추어 주는 덕을 입는다.” ([동경대전] 「축문」)라고 하여 천지의 은혜를 강조하였다. 이어서 해월 최시형은 수운의 ‘천지은혜’를 ‘천지부모론’으로 재해석하여 천지를 부모와 마찬가지로 공경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천지공경사상을 제창했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 역시 천지를 “그것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은혜로운 존재로 인식한다. 하이데거가 현존재를 세계-내-존재로 보았듯이, 지구-내-존재는 천지의 은혜를 입고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은혜에 보답할 윤리적 책임이 동반되는데, 그것이 바로 한국 신종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천지보은(天地報恩)’이다.15

 

주지한 바와 같이, 상생은 천지만물이 함께 사는 삶의 방식으로 대대적 관계에서 서로가 힘입어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호연결적인 관계 원리이다. 그러므로 상생은 서로 살림이라는 의미는 지닌다는 점에서 서로 은혜를 주고받는 관계로 이어진다. 서로 은혜를 주고 받으면서 상생한다는 것이다.16 그래서 상생은 보은으로 이어지며 이를 대순사상에서는 ‘보은상생’으로 개념화하고 있다.

 

보은상생(報恩相生)하는 일입니다. 누구나 나(我)라는 존립을 생각해보면 사람은 무한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은혜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따라서 지은필보(知恩必報)하려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부모의 혈육을 받아 세상에 태어나 부모의 자애와 형제 친척의 도움을 받고 나아가 이웃과 사회 국가의 보살핌과 보호를 받아 비로소 사람 된 도리를 다하게 되는 것이니, 그러므로 사람은 출생으로부터 은의(恩誼) 어린 사회를 떠나서 삶을 하루라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 것입니다.

내가 이와 같은 삶의 근원을 깨닫고 생의 원천을 살피어 마땅히 그러한 은혜를 헤아려 감사해야 하고 보답해야 한다는 보은의 정신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그 은혜의 뿌리를 망각하고 난법난도가 된 것입니다.17

 

인용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박우당 도전은 인간을 은혜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상생적 존재로 설명한다. 따라서 보은생상은 그 은혜에 감사하고 보답하는 생활철학이며 동시에 실천윤리가 된다. 이후 박우당 도전은 대은(大恩)의 강령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은상생은 인도(人道)의 대의(大義)가 되며 대도(大道)가 되는 것입니다. 생과 수명과 복록은 천지의 대은(大恩)이니 성(誠), 경(敬), 신(信)으로써 하느님에 보답해야 하고, 존재 지위 가치가 유지되는 것은 사회의 대은이니 사회 공동 복지를 위하여 헌신봉사하고, 강령과 번영은 국가의 대은이니 성충을 다하여 헌신 봉공(捧供)하고, 생장양육은 부모의 대은이니 효성으로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고, 교양육성은 스승의 대은이니 익혀 받은 학식으로 국가 사회발전에 헌신 봉사하고, 생활의 풍성(豊盛)은 직업의 대은이니 충실근면으로 직무에 전력하여야 되겠습니다.18

 

박우당 도전은 천지, 사회, 국가, 부모, 스승, 직업 등 6개의 대은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천지의 대은’이다. 천지는 생과 수명과 복록을 주는 존재로 보고 이를 천지의 은혜임을 강조하고 있다. 천지(天地)는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생존 조건이며 낳아 주고 길러주는 생명의 근본으로 인식한 것이다. 또한 “하느님의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는 것은 천지의 주재자에게 보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대순사상에서는 인간의 생명과 수명이라는 근본적인 존재성을 은혜로부터 출발하여 인간의 생명이 ‘천지’의 은혜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의 생과 수명 그리고 복록을 천지의 은덕(恩德)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천지도 인간에게 은혜를 베푼 존재로 파악하고 있다. 19따라서 ‘천지’에 대한 ‘보은’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실천해야 할 중요한 실천윤리가 된다.

 

이러한 천지은혜론은 동학과 원불교 등 한국 개벽종교에서 두드러지게 강조되고 있지만 중국 도교 경전 중 하나인 [음부경]에 “천지에 은혜가 없는 듯하나 큰 은혜가 나오고”라고 했듯이 [음부경(陰符經)]에서 출발하고 있다.20 또한 [역전(易傳)]의 ‘건칭부곤칭모(乾稱父坤稱母)’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천지를 부모처럼 여기는 사유는 고대 중국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윤리적 실천의 덕목으로 삼고 있는 것은 대순사상을 포함한 한국 개벽종교의 독창적인 사상이라 할 수 있다.

 

인류세 담론은 오늘날 주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인류세는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용어로 인간이 지구의 유지기능과 순환과정 등 지구시스템에 영향을 끼쳤음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인간이 천지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보은을 망각하고 지구를 학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순사상의 천지대은과 보은상생이 인류세 시대의 요청되는 실천윤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Ⅳ. 통합생태론으로서 ‘상생’

 

 

서구와 남미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통합생태론’은 지금의 생태위기는 하나의 관점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과 인간과 지구의 통합적 해방의 필요성에서 전개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상생’을 인간과 지구의 통합적 해방을 주장하는 통합생태론으로 논의해보고자 한다.21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Leonardo Boff)는 해방신학과 생태학의 통합을 주장하면서 ‘통합생태학’을 제창했다. 그의 책 [생태공명: 지구의 울부짖음,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이라는 제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듯이, 가난한 자의 울부짖음과 지구의 울부짖음을 연결시키고 있다. 인간을 약탈하고 종속시키는 논리가 지구를 약탈하는 논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22

 

최근 프란치스코(Francis)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e Si)]를 통해 생태위기를 인류 공동의 집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교황은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정의의 문제를 환경에 관한 논의에 결부시켜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모두에 귀를 기울이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태위기와 인간의 사회문제가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생태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환경생태학은 물론 경제생태학, 사회생태학, 문화생태학을 통합한 통합생태론(integral ecology)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은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산업문명이 어떻게 지구를 착취했고, 불평등을 초래했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안을 ‘통합생태학’으로 제시하고 있다.23

 

상제께서 「선천에서는 인간 사물이 모두 상극에 지배되어 세상이 원한이 쌓이고 맺혀 삼계를 채웠으니 천지가 상도(常道)를 잃어 갖가지의 재화가 일어나고 세상은 참혹하게 되었도다. 그러므로 내가 천지의 도수를 정리하고 신명을 조화하여 만고의 원한을 풀고 상생(相生)의 도로 후천의 선경을 세워서 세계의 민생을 건지려 하노라.24

 

강증산에 의하면, 선천에는 상극의 이치가 인간의 모든 사물을 지배하기 때문에 천지 만물과 인간 사회의 모든 것이 대립 관계로 유지되어 불평등 관계가 발생되었다. 물질문명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상생] 관계를 파괴하고, 상생보다는 약육강식, 적자생존을 강제해 왔다. 주지한 바와 같이, 대순사상의 ‘상생’은 인간과 자연과의 상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강증산이 비판한 물질문명이 드러내는 상극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포괄하는 원리였다. 바로 상극으로 인해 인간소외와 자연소외라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생’은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 살리는 살림의 원리라는 점에서 통합생태론적 성격이 강하다. 강증산은 인간과 자연을 해방시키기 위해 상생사상을 주장한 것이다.

 

따라서 상생은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지구공동체(earth community)의 지구평화윤리로 해석될 수 있다.25 대순사상의 용어로 표현하면, 천(天), 지(地), 인(人) 삼계(三界)의 평화사상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생’은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에 한정된 평화론이 아닌 천ㆍ지ㆍ인 삼계의 상생을 위한 지구평화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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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에리시 얀치, [자기 조직하는 우주], 홍동선 옮김 (서울: 범양사, 1989), p.9.

02) 로드니 L. 테일러, 「세계와 교제함: 유교 생태학의 뿌리와 가지」, Mary Evelyn TuckerㆍJohn Berthrong 엮음, [유학사상과 생태학], 오정선 옮김 (서울: 예문서원, 2010), p.120.

03) 선근은 대순사상의 생태관을 ‘해원상생 생태담론’과 ‘보은상생 생태담론’으로 구분하고 이를 ‘상생생태론’으로 귀결시키고 있다. 차선근, 「대순진리회 생태론 연구서설: 상생생태론」, [대순사상논총] 35 (2020), pp.295-330.

04) 이우붕, 「3장 새로운 환경관」, 경상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엮음, [인문학과 생태학: 생태학의 윤리적이고 미학적인 모색](서울: 백의, 2001), p.105.

05) 배규한, 「인간과 세계의 미래에 관한 해원상생사상 연구」, [대순사상논총] 30 (2018), p.48.

06) [전경], 행록 1장 11절.

07) 같은 책, 행록 3장 37절.

08) 같은 책, 권지 1장 26절.

09) 김지하, [남조선 뱃노래] (서울: 자음과 모음, 2012), p.253.

10) 김탁, [증산 강일순] (파주: 한국학술정보, 2006), pp.81-83.

11) [전경], 교법 3장 2절.

12) 최치봉은 ‘무생물에도 존재하는 신’을 근거로 삼아 무생물까지 생명체의 범주로 여기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신은 생명의 유무개념의 범주가 아니라 존재를 그 존재로서 지속시키는 작용의 본체라는 것이다. 최치봉, 「대순사상의 생명관과 인생관」, [대순사상논총] 33 (2019), pp.329-330.

13) [전경], 교운 1장 9절.

14) 신철균, 「보은상생의 의미와 실천에 관한 연구」, [대순진리학술논총]4 (2009), pp.178-183.

15) 허남진ㆍ조성환, 「지구를 모시는 종교: 동학과 원불교의 ‘천지론’을 중심으로」,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 88 (2021).

16) 이경원, 「대순진리회의 ‘상생’이념에 관한 연구」, [대순사상논총]18 (2004), pp.29-31.

17) 「도전님 훈시」, [대순회보] 2 (서울: 대순진리회 출판부, 1984), p.2.

18) 같은 글.

19) 차선근, 앞의 글, p.322.

20) [음부경], 「강병전승연술장」, “天之無恩, 而大恩生.”

21) 통합생태학의 흐름은 필자의 「통합생태학의 지구적 전개」 ([한국종교]50, 2021)를 참조 바람.

22) 레오나르도 보프, [생태공명: 지구의 울부짖음,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 황종열 옮김 (세종: 대전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8), pp.9-10.

23) 프와 프란치스코 교황가 동일하게 통합생태학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이들 모두 남미 출신으로 생태문제에 대한 중남미 주교회의 입장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4) [전경], 공사 1장 3절.

25) 토마스 베리(Thomas Berry)는 인간과 만물은 지구의 구성원들이고, 그것을 포함하는 단 하나의 통합된 지구공동체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지구공동체’에는 인간을 넘어서는 만물과 자연의 영역까지도 포함된다. 토마스 베리, [위대한 과업], 이영숙 옮김 (서울: 대화문화아카데미; 대화, 2009), p.17.

 

 

 

출처: 대순종학 1집 

- 대순사상의 생태적 사유와 통합 생태론 -  허남진


할방 (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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