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를 통해 본 소중화(小中華)에서 대중화(大中華)로의 노정

인문/칼럼할방 (신선) 2023년 秋

- 논문 중 일부발췌 - 대중문화의 시대를 견인하는 젊은 세대 와 한류의 배경

 

대순종학지 2집에 실린 논문 - <요약>

2020년부터 지구촌을 휩쓴 팬데믹은 대중문화산업의 전반적인 위축을 촉발했으나 양질의 콘텐츠로 무장한 한류의 영향력은 다양한 미디어플랫폼을 바탕으로 오히려 증가하였다.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와 근현대시기 식민문화, 전쟁, 남북분단, 군사독재 등 극적인 역사를 거쳐오면서 축적한 문화적 다양성은 한류라는 거대한 파도로 변해 전세계에 우리문화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증산은 외세의 침략과 탐관오리의 폭정에 신음하던 보잘것없는 나라에 불과했던 조선말기, 우리나라가 대중화, 즉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을 예견하였다. 유학을 신봉했던 당시 학자들이 중국이라는 타자의 인식체계에 기대어 발현한 소중화론과는 달리 그의 사상은 기존 조선 사대부로서 학습된 사유체계를 벗어던지고 인식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전경에는 그가 역사적 맥락을 통시적으로 진단하여 소중화가 대중화가 될 것을 언급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즉, 우리나라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어 꽃을 피우는 인동초처럼 만방을 아우르는 위대한 문화로써, 곧 대중화(大中華)로 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문화적 보편성과 한국문화의 특수성, 다른 나라의 다양한 문화전통을 수용하는 혁신성이 공존하는 한류는 증산이 규정한 ‘대중화’로의 이행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지표이다. 우리 대중문화콘텐츠의 특징인 역동성과 독창성을 바탕으로 전세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류가 적극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가운데, 이 글에서는 대중화의 시작을 한류의 태동과 확산을 통해 설명하고 한류를 견인하는 젊은 세대의 역할을 살펴본다.

 

 

 


Ⅲ. 대중문화의 시대를 견인하는 젊은 세대

 

테일러(E.B. Taylor)가 주장하듯이 문화는 인류가 축적한 총체적 생활 양식22)이므로 그 스펙트럼은 언어, 종교, 관습, 가치관 등의 추상적, 관념적인 무형의 유산을 포함하여 문화를 실질적으로 구현한 문화콘텐츠, 예를 들어, 영화, 음악, 방송프로그램, 출판물, 게임, 건축물, 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대하다. 문화의 수많은 갈래중 단연 가장 큰 파급력을 자랑하는 것이 대중문화이다.

 

윌리엄스(R. Williams) 는 대중문화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첫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화라는 것이다. 대중문화를 주로 ‘팝컬쳐(pop culture)’라 지칭하는데 팝이라는 용어에는 단지 다수의 집단을 의미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치가 없거나 질이 낮은 것으로 간주되더라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문화라는 의미가 포함된다.23) 과거 ‘고급문화(high culture)’24) 가 소수에 의한 헤게모니의 영역에 머물렀다면 대중문화는 개인적 또는 집단적인 차원에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문화의 형태라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자신들의 노력을 자양분으로 삼아 탄생한 자발적인 팬덤인 ‘아미(Army)’의 열정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반면 국가정책으로 ‘쿨재팬(Cool Japan)’25) 프로젝트를 시행했던 일본의 사례를 보면 대중문화의 성패는 자발적인 수용자(audience)26)의 열정과 평가에 의해 좌우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세대는 대중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계층으로 한류의 확산에 가장 유의미한 요소로 작용한다. 80년대후반 냉전 종식으로 90년대초 중국이 문호를 개방하였으며 우리나라는 순차적으로 공산국가들과 수교를 맺음으로써 물적, 인적교류가 증가하였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역내 시장경제의 도래에 발맞추어 정치적 이념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면서 수입가도 저렴한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는 적절한 문화상품이었다. 특히 중국은 일본의 식민지 침탈에 피해국이자 극심한 이념대립, 군부 독재 등 우리나라와 유사한 근현대 역사의 질곡을 건너온 나라로서 초기 한류의 확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한류 수용국중 하나인 중국은 수용자의 59.4%가 30세이하인 반면 일본은 50에서 59세 사이가 가장 많았다.27)

 

상대적 기준이라 객관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아시아 젊은이들은 자국 문화콘텐츠에 비해 더 현대적이며, 세련되면서 동시에 아시아적인 전통미를 갖춘 한국 드라마나 음악의 문화적 혼종성에 열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세에서 29세 사이 드라마 시청자의 80%가 드라마 내용에 대해 친구 또는 가족 구성원과 이야기한다고 대답함으로써 문화콘텐츠가 친목과 사교, 가족간의 화합에도 훌륭한 수단인 것을 알 수 있다.

 

문화콘텐츠의 확산과정에서 젊은층(18세에서 23세사이)은 TV로 대표되는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보다는 SNS, OTT 및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를 더 선호한다. 이 조사결과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젊은층에 익숙한 뉴미디어가 미디어풍경(mediascape)을 급속도로 바꾸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28) 

 

전경에는 ‘간방(艮方)’에 대한 언급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29) 역리상으로, 우리나라는 만물이 시종(始終)하는 간방에 위치하여 후천시대를 여는 주역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간’은 오행으로는 성장을 의미하는 목(木)의 기운을 품고 있는데, 이러한 활력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사람으로 치면 소남(小南), 즉 청년을 뜻한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아름답고 재능 넘치는 청년들이 문화콘텐츠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다른 나라의 청년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지금의 한류 현상은 역학적으로, 또한 증산의 소중화 대중화론에 비추어서도 이미 예정된 우주의 섭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Ⅳ. 한류의 배경

 

15세기 이후 최근까지 서구의 동양에 대한 인식은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 1935~2003)가 지적한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 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인다. 다시 말해, 각각의 문화현상을 이분법적 시각으로 구분하여 서구는 마치 문명과 현대화(civilization and modernization)의 저작권자인 반면 아시아는 서구가 만든 기준내에서 그 문명을 빌리거나(borrow) 심지어 표절(plagiarism)하는 하위주체로 여겼다. 아시아에 대한 서구의 인식은 문화적 교류가 왕성했던 대항해시대(1400~1600 CE)에도 그대로 이어져 서구는 ‘인식의 주체’ 로, 아시아는 ‘서구에 의해 인식되는 대상’으로 간주해 왔다.30) 이처럼 화석화된 문화적 편견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방면에 걸쳐 서구문화의 확산을 심화하였고, 그 결과 20세기 중반까지 미국문화로 대표되는 서구문화가 보편성을 획득하는 데 일조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문화콘텐츠는 어떻게 공고해 보이는 서구문화의 아성을 뚫고 지금의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한류의 발신지인 한국을 비롯해 가장 먼저 한류를 수용하고 확산시킨 동아시아국가들은 압축성장을 통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사회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류라는 용어를 가장 먼저 사용한 중국의 경우, 80년대 개방이후 미국식 자본주의와 함께 자국의 문화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중화주의가 그대로 문화코드로서 자리한다. 일본은 한중일 3국중 가장 먼저 근대화를 이룬 국가로 19세기 메이지유신을 통해 미국과 유럽을 모델로 하는 근대국가로 전환하여 ‘탈아입구(脫亞入毆)’를 실현하였으나 역설적이게도 어떤 점에서는 디지털시대의 편익성을 따라잡지 못하는 장인문화의 전통을 고집스러울 정도로 고수하는 나라이다.

 

한국은 극적인 근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최단기간 산업화(현대화), 민주화를 일구어낸 성과가 있다. 종교적 측면에서는 여러 종교가 비교적 조화를 이루며 전통신앙과 함께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여전히 유교적 전통에 기반한 보수적 도덕규범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50년도 채 되지 않는 압축적인 기간에 근대화를 이룩하였다. 또한 식민화로 인한 일본문화와 해방후의 미국, 유럽 등의 서구문화가 도입되면서 발현한 문화적 혼종성은 고유의 전통문화와 융합하여 새롭고 독특한 한류로 탄생하였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 독일판은 한류의 성공 요인을 정치와 역사문제처럼 무거운 주제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대중문화에 정교하게 융합한 데에서 찾은 바 있다.31)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국문화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서구와 달리 ‘전통문화와 미국문화를 기치로 한 현대문화’ 사이의 간극을 경험한 아시아국가들의 문화적 공백을 훌륭하게 채워준 것이 바로 한류였다. 다시 말해, 한류는 아시아적 전통과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서구문화의 보편성, 세련됨, 역동성 등 다양한 특징에 준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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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B. Taylor, Primitive Culture: Researches into the Development of Mythology, Philosophy, Religion, Art, and Custom (New York: Gordon Press, 1974). 

23) Raymond Williams, Keywords: A Vocabulary of Culture and Society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p.93. 

24) 문화에 고급문화와 저급문화라는 엘리트주의적 이분법의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고전문화를 고급문화로, 일시 적인 유행으로 그치는 것은 대중문화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거 셰익스피 어의 연극, 오페라, 발레 공연 등이 대중문화로 인식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고급문화 의 대립항을 단순히 대중문화로 규정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단지 수용자의 미적 판 단, 태도나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우위에 있다는 의미의 위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25) 한류가 일본문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2010년 일본정 부는 국가차원에서 쿨재팬기구를 설립하고 문화콘텐츠산업을 통한 수출 증대, 국가 브랜드 파워의 제고를 목표로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관련 사업의 수익성이 낮 고 성과가 미미하여 고비용 저효율의 실패사례로 비판받고 있다. 

26) 미디어분야에서 ‘소비자’는 주로 ‘수용자(audience),’ 시청자(viewer), 또는 독자 (reader)로 표현되는데, 이 글에서는 좀 더 포괄적인 의미의 ‘수용자’로 통일한다. 

27) Jonghoe Yang, “The Korean Wave (hallyu) in East Asia: A Comparison of Chinese, Japanese, and Taiwanese Audiences Who Watch Korean TV Dramas,” Development and Society 41:1 (2012), p.127.

28) Charo Lacalle, “Young People and Television Fiction, Reception Analysis,” Communications 40:2 (2015), p.244. 

29) 전경, 교운 1장 52절, 권지 1장 1절, 예시 50절.

30) Bok-rae Kim, “Past, Present and Future of Hallyu (Korean Wave),” American International Journal of Contemporary Research 5:5 (2015), pp.154-160.

31) Ashley Rodriguez, “10 reasons ‘Squid Game’ became a global phenomenon, according to a Netflix marketing exec,” Business Insider, 2021. 10. 19

 

 

출처 : 대순종학 학술지 [2집] 수록논문 일부발췌

한류를 통해 본 소중화(小中華)에서 대중화(大中華)로의 노정

http://dsstudies.org/apl/ko/paper/search#list,10,1,selectSearchList,vol=2&s_type=&keyword=&refresh=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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