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법주와 [여조전서(呂祖全書)]로 살펴본 영대와 내정

기획천상 (선녀) 2023년 秋

<목차>

Ⅰ. 들어가며

Ⅱ. 진법주로 이해하는 영대와 내정 

Ⅲ. [여조전서]가 말하는 ‘영대’와 ‘내정’ 

Ⅳ. 정리하며

 

 

Ⅰ. 들어가며 

 

이 글의 목적은 진법주와 [여조전서(呂祖全書)]라고 하는 두 가지 도구를 활용하여 대순진리회의 도장 건축물인 영대(靈臺)와 내정(內庭)을 조명하는 것이다. 영대와 내정은 대순진리회의 도장 건축물 가운데서도 그 위상이 유독 높으나 아직 그 연구가 기초 단계에 불과한 만큼, 이러한 자료의 축적은 향후 깊이 있는 연구를 뒷받침하는 밑거름이 되리라 본다. 

먼저 2장에서는 진법주를 통해, 그리고 봉축주(奉祝呪)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영대와 내정을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살필 것이다. 3장에서는 여동빈의 글 모음집인 [여조전서]에 영대와 내정 설명이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그것이 대순진리회의 영대와 내정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타진해본다. [여조전서]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 저술이 대순진리회 도장의 내정 명칭 전거(典據)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1) 내정의 출전이 [여조전서]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 서적에 영대를 말한 부분도 있다는 점은 [여조전서]를 통한 영대와 내정 이해 시도가 의미가 있음을 시사한다.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여동빈이 말한 영대ㆍ내정을 각각 ‘영대’와 ‘내정’으로 표기하여 대순진리회의 영대ㆍ내정과 구분할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Ⅱ. 진법주로 이해하는 영대와 내정2) 

 

1. 15신위의 영대, 진인의 내정

 

영대는 구천상제를 비롯한 15신위(神位)의 신명들을 모신 본전(本殿)이다. 내정은 우당이 거주하는 건물로서 대순진리회를 통솔ㆍ운영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대순진리회의 여러 도장 건축물들 가운데 이 두 성소(聖所)가 지니는 위상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은 말할 나위 없다. 

영대는 전북 구태인 도창현에 처음 도장이 들어설 때인 1925년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내정은 그보다 늦게 1969년 서울 중곡동에 도장이 새로 창건되고 종단의 조직이 개편되면서부터 만들어졌다. 

내정 건물의 존재를 문헌으로 확인해주는 최초의 자료는 중곡동 도장 건설 전후 줄곧 그곳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수도부 부장까지 지냈던 김하정(金夏正)의 개인 일기, [성재일지(醒齋日誌)]다. 이 문헌의 1971년 4월 1일(음력 3월 6일) 기록은 도주 조성옥황상제의 화천기념치성과 그 후의 상황을 기록한 것으로서, 다음과 같이 도전의 기거 건물을 ‘내정(內庭)’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午前1時半陳設行事敬虔嚴肅奉行參禮人員243名飮福一切完了 後近處道人各歸遠處地方道人留宿, 啓曉頃自內庭傳喝柳景文故同 赴內庭3) 

오전 1시 30분에 진설 행사가 경건ㆍ엄숙하게 봉행되었다. 참례 인원 243명은 전원 음복을 완료하고 근처에 사는 도인들 은 귀가했으며, 먼 곳에서 온 도인들은 유숙하였다. 동틀 무렵 에 內庭으로부터 柳景文을 통해 전갈이 있었으므로 함께 內庭 으로 갔다.

 

 

 

 

[성재일지]는 초고본을 후대에 다시 고쳐쓰기를 한 흔적이 없기에 그 신빙성이 높다고 보면, 공식 자료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최초의 기록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까 1971년 4월 이전에 대순진리회는 도전이 기거하는 건물을 내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는 것이 문헌으로 확인된다. 

영대와 내정은 도장 내에서 나란하게, 또는 아주 가깝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데에 그 중요한 특징이 있다(<그림 2> 참고). 이런 모습은 <표 1>과 같이 진법주(眞法呪)와 연관해서 생각할 수 있다.

 

 

 

진법주에 등장하는 15신위는 배례와 치성의 대상인 신명[神]들을 15개의 자리[位]로 체계화하여 나타낸 것이다.4) 그 자리는 각각 하감(下鑑: 굽어살핌)ㆍ응감(應感: 감응함)ㆍ내대(來待: 와서 대기함)로써 설명된다.5) 이 15개의 자리는 증산이 삼계 개벽 공사 시작 이전인 1900년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신명 세계의 체계와 질서를 재편하면서 직접 만들어 정한 것이다.6) 

진법주에는 15신위만 있는 게 아니다. 그 15신위와 더불어, “천장길방(天藏吉方)하야 이사진인(以賜眞人)하시나니 물비소시(勿秘昭示)하사 소원성취(所願成就)케 하옵소서.”라는 발원문(發願文)에 ‘진인(眞人)’이라는 존재도 있다. 진법주에 의하면 15신위와 더불어 그 곁에 한 명의 진인이 더 자리를 잡고 있다는 뜻이다. 옛날 도주는 도전을 앞에 두고 임원들에게 “내가 진인을 못 찾을까 한하였으나 이제 찾았으니 너희들은 마음 놓고 도를 믿어라.”고 말했다고 전해지고, 도전도 자신을 진인으로 인정했다는 원로 임원들의 증언도 있다. 그러니까 대순진리회 세계에서 진인은 도전 박우당이다.7) 

소원성취를 비는 발원문의 뜻을 풀어보면, ‘하늘이 길한 방(方: 장소와 방책[진법])을 숨겨두었다가[天藏吉方] 진인(眞人)에게 전하셨으니[以賜眞人], 감춤이 없이 밝게 드러나게 하시어[勿秘昭示], 소원이 이루어지도록[所願成就] 해주시옵소서’라는 게 된다. 따라서 대순진리회의 종교 세계에서는 진인인 도전 박우당이 하늘이 감춘 상서롭고 길한 장소(영대)와 그곳에서 펼쳐지는 진법을 하늘로부터 비밀리에 전해 받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15신위를 모신 곳은 영대다. 그 영대 옆에는 내정이 있고, 내정에는 도전(진인) 우당이 있다. 영대(15신위)와 내정(진인)이 나란한 도장 건물 배치 모습은, 15신위와 진인을 차례로 부르는 진법주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모습으로 볼 수 있다.8) 그리고 진인인 도전 박우당은 15신위를 모신 영대 옆자리인 내정에 자리하면서, 15신위를 모시는 진법(眞法)이 구현되는 성스러운 장소를 지키고 그 법을 펼친다. 이것이 대순진리회가 구축하는 종교 세계다.

 

 

2. 수도인의 의무 

 

대순진리회 수도인에게는 15신위의 진법과 영대를 본연의 모습 그대로 받들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 그래야 도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근거 가운데 하나는 수도인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12종 주문9)의 첫 번째인 봉축주(奉祝呪)에 있다. 

봉축주는 “무극신(无極神) 대도덕(大道德) 봉천명(奉天命) 봉신교(奉神敎) 도문소자(道門小子) 소원성취(所願成就)케 하옵소서.”라는 발원문이다. 이것을 풀면 ‘무극신이신 하느님의 큰 도덕으로 천명과 신교를 받드나니, 도문소자가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옵소서’가 된다. 

도문소자란 도문(道門)에 들어온 소자라는 뜻으로서 대순진리회 수도인을 말한다.10) 이들의 소원이란 도통과 운수를 받고 후천이 열리는 것이다. 이러한 소원을 성취하려면 반드시 성립해야 할 전제란 게 있으니, 그것은 ‘무극신 대도덕 봉천명 봉신교’다. 

무극신은 가장 높은 하늘인 구천에서 천지인 삼계를 맡아 굽어살피고 다스리는[主宰管領觀鑑萬天] 전지전능한 하느님11)을 의미한다. 대도덕이란 석가ㆍ공자ㆍ맹자ㆍ예수와 같은 옛날 성인들이 가르친 도덕이 아니라 하느님인 구천의 상제가 펴놓은 해원과 보은의 상생 윤리를 말한다. 하느님의 지극한 대도덕은 봉천명과 봉신교로 연결된다. 봉천명 봉신교란 천명(天命)과 신교(神敎)를 받든다는 뜻이다. 

 

도전은 봉천명 봉신교를 한 존재가 도주라고 가르쳤다.

 

도주님께서 만주 봉천에서 봉천명 봉신교하신 후, 상제님께서 는 태인으로 가라고 하셨는데 태안에 닿으셨다. 그래서 안면도 (安眠島)로 가셨는데, 안면도란 편안할 안(安), 졸 면(眠), 섬 도 (島)이니 잠깐 쉬어가는 데라는 말이다. 그다음에 마동(馬洞)에 가셨으니, 마동은 말 마(馬), 동리 동(洞)이다. 말[馬]은 조씨(趙 氏)를 가리키는 말이니, 봉서를 받으신 곳이 마동이 되는 것이 다. 모든 것이 이치로 되며 천장길방(天藏吉方) 자리이다.12)

 

증산으로부터 계시를 받은 도주 조정산은 진주(眞主)로서 봉천명 봉신교하고 종통을 세웠다.13) 그리고 50년 공부 종필(終畢)로써 진법을 펼쳤다. 진법이란 도통을 이루고 후천을 열기 위한 수도 법방(法方)의 진핵(眞核)이다. 도주는 1958년에 종단의 모든 임원을 모아 놓고 도전에게 유명(遺命)으로 종통과 진법을 직접 전했다.14) 이로써 수도인은 도전의 가르침에 따라 종통과 진법을 받들고 따르는 시스템이 확고해졌다. 

대순진리회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주의 봉천명 봉신교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도주가 세우고 도전이 전한 종통과 진법도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봉축주의 핵심은 봉천명과 봉신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증산이라는 한 인간을 하느님인 상제로 신앙한다고 해도, 하느님의 대도덕을 따르려고 나름 노력한다고 해도, 도주가 봉천명 봉신교로써 이룩하고 도전에게 전해준 종통과 진법을 알지 못한다면, 도통과 운수를 받고 후천을 열고자 하는 소원을 빌어볼 자격을 절대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종통과 진법이 가시적으로 펼쳐지는 성스러운 장소는 영대와 내정이다. 그러므로 도전의 지도에 따라 영대 및 내정을 지키고 받드는 일은 도주의 봉천명 봉신교에 따른 종통과 진법을 지키고 받드는 일이 된다. 대순진리회의 세계 안에서 수도인이 도통과 운수를 받아 후천을 열겠다는 발원을 진정으로 하고자 한다면, 영대와 내정을 통해 펼쳐지는 봉천명 봉신교의 종통과 진법을 지키고 따르는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Ⅲ. [여조전서]가 말하는 ‘영대’와 ‘내정’ 

 

1. ‘영대’는 구대(龜臺), ‘내정’은 구사대(龜蛇臺)

 

역대 신선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여동빈도 ‘영대’와 ‘내정’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의 발언은 앞 장에서 진법주를 중심으로 영대와 내정을 설명한 것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다. 

여동빈의 발언을 무시하기 힘든 까닭은 대순진리회가 그의 위상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증산은 여동빈의 사례로써 가르침을 편 바가 있으며,15) 도전도 여동빈의 말을 이용하여 훈시한 적이 있다.16) 확실하지는 않지만, 여동빈은 여주본부도장의 영대 안에 모셔진 48장[神將] 가운데 한 사람일 수도 있다.17) 특히 대순진리회 도장의 내정은, 여동빈이 ‘구사반내정(龜蛇盤內庭: 거북과 뱀은 내정에서 서로 얽혀있네)’이라고 말한 것을 그 전거로 한다는 사실은 여동빈을 중요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따라서 여동빈이 ‘내정’ 을 말한 문맥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그가 말한 ‘영대’와 어떻게 구분되는지 조사하는 일은 의미가 있다.

 

「대순진리회 도장 건축물 내정(內庭)에 대한 연구」(2021)는 여동빈이 [여조전서]에서 ‘내정’에 대해 말했던 사실과 그 내용을 이미 밝혔다. 여동빈이 ‘내정’과 ‘영대’에 대해 말한 것을 비교하며 살피기 위하여, 내정 건물 명칭의 전거가 된 여동빈의 발언을 다시 소개하도록 한다. 그것은 [여조전서] 권9 [전팔품선경(前八品仙經)]의 「오행단효 품제이(五行端孝品第二)」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여동빈이) 그러고는 곧 주문을 읊었다. “북일(北一)은 천지의 정수여서 온갖 영(靈)들이 두루 화(化)하도록 한다. 건곤은 능히 축(굴대)을 돌리니, 용호(龍虎)는 참된 종적[眞蹤]에 잠겨 드는 구나. 육마(六魔)는 그로써 소탕되어 삼원(三元)의 경관이 찬란 하도다. 까마귀와 토끼[烏兎]는 가운데 골짜기[中谷]에서 모이고, 거북과 뱀[龜蛇]은 내정(內庭)에서 휘감는다. (이들이) 움직이고 나아감은 우주를 뛰어넘는 것이요, (이들이) 손에 쥔 것은 죽음과 삶을 돌리는 것이다. (이들이) 몰아서 끌어당기는 것은 번갯불이니, 귀신과 요괴는 모두 숨어버리게 된다. 감히 (귀신과 요괴가) 거역한다면 몸을 쪼개어버리기를 산산이 부서진 티끌처럼 하리라. 지혜의 빛이 이르는 곳마다 재앙은 사라지고 모두가 다 화평해지리라. 공손히 받들어 읊어 읽으니, 이름이 하늘의 궁궐에 도달하는 도다.”18) 

 

여동빈은 ‘거북과 뱀이 내정에서 서로 휘감고 있다(얽혀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인간이 신선이 되는 모습과 그 경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내단술에서 인체 내에 존재하는 수기(水氣: 거북[龜])와 화기(火氣: 뱀[蛇])가 조화되어[交媾] 신선으로 등극하는 모습,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나는 몸속의 현관(玄關), 신기혈(神氣穴), 단전(丹田) 을 상징하고 있다.19) 

‘내정’은 거북[龜]과 뱀[蛇]이 휘감은 자리[臺]라는 게 여동빈의 발언임을 고려하면, ‘내정’은 구사(龜蛇)의 자리[臺], 즉 구사대(龜蛇臺) 로 표기할 수 있다. [여조전서]에는 여동빈이 ‘영대’에 대해 말해둔 것들도 있다. 그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다음의 발언이다.

 

“오직 고상하고 현명한 선비라야 북두칠성이 자신을 주관하는 별[本命星斗]20)이 무엇인지 먼저 알고 그것을 자기의 몸에 잘 운용한다. 그렇게 하는 까닭은 (그 별이) 도를 깨닫게 하고 진 (眞)을 이루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질이 뛰어난 자[上根]라 야 가히 그것을 말할 수 있고, 또 오직 자질이 뛰어난 자라야 능히 그것을 행할 수 있다. 북두칠성이 내 한 몸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개 백옥으로 만든 구대(龜臺: 거북 좌대)는 내 마음 의 영대(靈臺)이고, 신령스러운 해태[神獬]의 자리[寶座]는 일심 (一心)의 신기한 조화이다. 선기(璇璣: 북두칠성) 옥부(玉府)는 곧 이 일심이 신령하고 영험하다는 것이니, 왜냐하면 오행의 기[五 炁]란 것을 운반하고 부리는 까닭이기 때문일 뿐이니라!”21)

 

 이 말은 [여조전서] 권18 [참동경(參同經)] 「첨예성두장((瞻禮星斗章: 북두를 우러러보고 예찬하는 장)」에 실려 있다. 이에 따르면 구대(龜臺) 즉 거북의 자리가 ‘영대(靈臺: 인간의 마음)’22)이며, 신령한 해태는 그 마음이 일심인지 판별하고, 일심을 인정받아 영험함을 이루면 북두칠성으로부터 오행의 기를 전해 받는다고 한다. 여동빈은 천문의 맥락에서 거북의 자리[龜臺]와 인간의 마음[‘영대’]을 논하였고, 그 결론은 일심을 갖추어야 북두로부터 오행의 기를 받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러니까 여동빈은 ‘영대’가 일심을 갖춘 구대(龜臺: 거북의 자리)라고 묘사한 셈이다. 

 

정리하자면, 여동빈은 ‘거북의 자리’인 구대(龜臺)가 일심인 ‘영대’라고 말했으며, ‘거북과 뱀이 얽힌 자리’인 구사대(龜蛇臺)가 ‘내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구대’는 ‘영대’이고 ‘구사대’는 ‘내정’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라는 뜻이다.

 

 

2. 구(龜)와 구사(龜蛇)의 위상과 역할

 

여동빈의 이러한 발언은 ‘영대[구대]’와 ‘내정[구사대]’이 다르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구(龜)와 구사(龜蛇)의 위상과 역할이 같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다. 구(龜)와 구사(龜蛇)가 다르면, 당연히 구대(龜臺: ‘영대’)와 구사대(龜蛇臺: ‘내정’)도 다르다. 그러면 이들은 어떻게 다른가? 

구(龜)는 거북이다. 구사(龜蛇)는 거북과 뱀이 휘감아 합체한 것으로서 현무(玄武)라고도 한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거북 하나만 존재하는 모습의 ‘구’와 거북과 뱀이 같이 얽힌 모습의 ‘구사[현무]’는 서로 같은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현무가 처음부터 거북과 뱀이 얽힌 구사합체(龜蛇合體)였던 것은 아니다. 고대 유물을 보면 현무는 구사합체가 아니라 거북[龜] 단독 형태였다. 현무의 원형은 거북이었다는 뜻이다. 

현무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인 거북과 뱀의 결합인 구사(龜蛇)로 나타난 것은 기원전 1세기경인 한나라 무제 시대부터였다. 현무가 구사 형태로 변모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사신(四神)의 하나로서 그 위엄을 표현하기 위함이라든가, 전쟁을 주관하는 북방신(北方神)으로서 적을 진압하는 위세를 갖추기 위함이라든가, 만물의 생성을 상징함이라든가, 사람 얼굴에 새의 몸을 하고[人面鳥] 두 마리의 뱀을 귀에 걸며 두 마리의 푸른 뱀을 밟은 모습의 북방(北方) 조사신(操蛇神) 우강(禺彊) 이 현무로 전이된 것이라거나 하는 설명이 그런 것들이다.23) 

현무의 원형이 거북이었다고 하더라도, 한무제 이후 거의 2100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현무는 거북이 아닌, 거북과 뱀이 얽힌 구사로 알려져 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남송의 홍흥조(洪興祖, 1090~1155) 는 [초사전주(楚辭箋註)]에서 “현무는 구사다. 북방에 위치하기 때문에 현(玄)이라 하고, 몸에 비늘과 껍질이 있으니 무(武)라 한다.”24)라고 말하고 있고, 주자도 [주자어류(朱子語類)]에서 “진무(眞武)는 본래 현무(玄武)인데…현(玄)은 구(龜)고, 무(武)는 사(蛇)다.”25)라고 말하고 있다. 거북은 ‘구(龜)’이고 ‘현(玄)’이라는 것, 뱀은 ‘사(蛇)’라는 것, 거북과 뱀이 합친 신령한 동물은 구사(龜蛇)인 현무(玄武)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결국 거북[龜], 뱀[蛇], 거북ㆍ뱀 합체[龜蛇]는 각각 별개의 동물이라는 게 홍흥조와 주자의 설명이다. 거북[龜], 거북ㆍ뱀 합체[龜蛇]가 다른 동물이라는 사실은 이들을 신성시하여 부르는 명칭이 각각 다르다는 것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거북ㆍ뱀 합체인 구사를 신성하게 부르는 이름은, 주지하듯이 현무다. 

무는 밤하늘의 28수(宿) 가운데 두(斗)ㆍ우(牛)ㆍ여(女)ㆍ허(虛)ㆍ위(危)ㆍ실(室)ㆍ벽(壁)의 북방 7수[七舍]를 담당하며, 북쪽을 맡아 마(魔)를 물리치고 우주의 질서를 수호하는 방위신[北玄武]이다. 거북만을 신령스럽게 부르기도 하는데 그 명칭은 신구(神龜), 영구(靈龜), 섭구(攝龜), 보구(寶龜), 문구(文龜) 등이다.26) 가장 유명하고 신령한 거북은 신구(神龜)다. 기원전 2200년 무렵 우임금이 치수하던 시절에 낙수(洛水)에서 주역의 모체가 되는 낙서(洛書)를 지고 나온 신성한 동물이 신구였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뱀[蛇]만을 신성하게 여겨 부르는 이름도 있다. 그것은 등사(騰蛇) 다. 조선시대에는 군대의 진영 안에 전후좌우와 중앙을 나타내는 5개의 깃발인 대오방기(大五方旗)를 세워 부대들을 구분했는데, 그 가운데 중앙을 나타내는 군기가 등사의 깃발 즉 등사기(騰蛇旗)였다. 예를 들면, 단원 김홍도의 지휘 아래 그려진 정조대왕 능행(陵行) 반차도(班次圖)가 있다. 1795년 정조가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 현륭원(顯隆園)으로 행차하는 모습을 담은 이 그림에는 1,800여 명이 임금 앞뒤로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과 더불어, 주작기(朱雀旗)와 현무기(玄武旗) 등 여러 깃발과 함께 등사기(騰蛇旗)가 등장한다(<그림 3> 참고).27) 이때 등사는 다리가 없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나는 뱀의 모습이다. 이 등사는 때로는 용[蛟龍]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등사는 천문 점성술과 명리학 등 주로 술수(術數) 분야에 등장한다. 천문에서 등사는 북방 칠수(북현무) 중 하나인 실수(室宿)와 벽수(壁宿) 사이의 약간 위에서 북극성 쪽으로 자리를 잡은 등사성(騰蛇星: 22개의 별로 이루어짐)이다(<그림 4>). 기문둔갑에서 등사는 직부팔신(直符八神) 중 하나28)이며, 성명학ㆍ육효(六爻)ㆍ육임(六壬)에서는 육신(六神)의 하나29)로서 인간에게 길흉을 가져다주는 신으로 설명된다.

이처럼 현무(玄武)와 신구(神龜), 등사(騰蛇)는 그 이름도 다르고, 신성하게 불리는 이름도 다르고, 기능이나 속성도 다르다. 따라서 거북ㆍ뱀 합체, 거북, 뱀은 각각 구분되어야 하는 동물이라고 해야 한다(<그림 5> 참고). 

 

 

 

거북[龜]과 거북ㆍ뱀[龜蛇=玄武]은 그 소속도 다르다. 거북 구(龜)는 사령(四靈)에 속하고, 거북ㆍ뱀인 구사[현무]는 사신(四神)에 속한다.30) [예기(禮記)]에 의하면 사령은 기린ㆍ봉황ㆍ거북ㆍ용[麟鳳龜龍] 이다.31) 대체로 이들은 성인(聖人)이 나타나면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같이 등장하는 길한 동물로 묘사된다.32) 이에 비해 사신은 사상(四象)의 동서남북을 지키며 우주의 질서를 수호하는 방위신으로서 곧 청룡(靑龍: 東)ㆍ주작(朱雀: 南)ㆍ백호(白虎: 西)ㆍ현무(玄武: 北)를 말한다. 이것을 나타낸 것이 <표 2>와 <그림 6>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령과 사신을 구분하지 못한 경향이 일부 있었고, 그 때문에 지금도 이 둘을 잘 구분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주로 중국 학자들)이 남아 있다. 그러나 <표 2>, <그림 6>에서 보듯이 사령과 사신은 그 구성원과 역할이 같지 않다. 이러한 사실이 지적된 이후로 한국학자들과 일본 학자들은 사령과 사신을 다른 것으로 구분한다.33) 

 

 

 

 

거북과 현무는 각각 사령과 사신으로서 그 소속이 다르고, 그 위상이나 역할도 다르다. 그러니까 거북은 사령의 하나로서(십장생의 일원이기도 하다) 성인의 출현을 나타내는 길상의 신수이며, 구사인 현무는 사신의 하나로서 우주의 질서를 수호하는 방위신의 신수다. 거북과 현무(구사)가 사령과 사신으로서 그 지위와 역할이 분명히 구분된다면, 거북의 자리[龜臺]인 ‘영대’와 현무의 자리[玄武臺=龜蛇臺]인 ‘내정’ 역시 일정한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3. [여조전서]의 ‘영대’와 ‘내정’, 대순진리회의 영대와 내정

 

여동빈의 발언을 정리하면, ‘영대’는 구대이고 ‘내정’은 구사대(현무대)다. 구와 구사(현무)는 다르다. 그래서 구대와 구사대도 다르다. 그렇다면 구대인 ‘영대’와 구사대인 ‘내정’도 다르다고 해야 한다. 그 다름의 내용은 앞서 언급한 사령(四靈)과 사신(四神)의 구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거북은 신령한 동물[四靈]이기에 거북의 자리인 구대는 신성한 존재의 신령함이 구현되는 장소가 된다. 그 구대가 바로 여동빈이 말한 ‘영대’다. 거북ㆍ뱀인 구사(현무)는 우주 질서를 수호함을 상징하는 동물[四神]이기에 구사의 자리인 구사대(현무대)는 수호와 질서 유지를 구현하는 장소가 된다. 그 구사대는 여동빈이 말한 ‘내정’이다. 따라서 신령함 그 자체(‘영대’), 그리고 그러한 신령함을 수호하고 우주의 질서를 지켜나가는 곳(‘내정’), 바로 이것이 여동빈 맥락에서 조명되는 ‘영대’와 ‘내정’인 것이다. 

여동빈의 ‘영대’ㆍ‘내정’ 개념은 대순진리회의 영대ㆍ내정 개념과 얼마나 합치되는가? 여동빈이 말한 ‘영대’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의미를 천문 맥락에서 살핀 것이므로 대순진리회의 영대와는 차이를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여동빈은 ‘영대’라는 용어를 인간의 마음으로 이해하고 그곳을 북두로부터 오행의 기를 ‘받는’ 장소라고 말했다. 대순진리회의 영대는 인간 마음이 아니라 구천상제를 비롯한 15신위를 봉안한 신전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또 오행의 기를 비롯한 모든 에너지를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직접 주는’ 곳이라는 점에서도 다르다. 여동빈은 북두칠성이 인간에게 길흉과 기운을 직접 주는 존재라고 하였으나, 대순진리회는 12종의 주문 가운데 하나인 칠성주(七星呪)를 통하여 북두칠성이 하느님의 명을 받아 인간에게 ‘전달해주는’ 존재로 신앙한다는 점34)에서 중대한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일심은 신명이 인간에게 응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동빈의 ‘영대’는 대순진리회의 영대와 어느 정도 연관성을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여동빈이 ‘내정’을 구사대(龜蛇臺: 거북과 뱀이 얽힌 자리=玄武臺)로서 우주의 질서 유지와 수호를 상징하는 곳으로, ‘영대’를 구대(龜臺: 거북의 자리)로서 신명들의 출현과 그 신성함을 표상하는 곳으로 서로 대비시켰던 발언은 중요하다. 진법주를 통해 언급했듯이, 대순진리회 세계에서 영대는 구천상제를 비롯한 진법주의 15신위가 현현(顯現)하여 그 신령스러움을 드러내는 장소이기에 ‘최경(最敬)의 예로써 진퇴에 지성지경(至誠至敬)을 다하여야 하는’35) 곳이며, 내정은 도전이 머물면서 진법을 지키고 펼쳐나가며 뭇 도인을 통솔하고 종단을 운영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여동빈이 말한 ‘영대’ㆍ‘내정’의 개념은 대순진리회의 영대ㆍ내정과도 어느 정도 합치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표 3> 참고). 

 

 

 

Ⅳ. 정리하며 

 

증산이 직접 만들어 전한 진법주는 진법(眞法)을 담은 주문(呪文)이다. 이에 의하면, 진인이 15신위를 모시는 길방(吉方)을 맡아 펼친다고 한다. 방(方)은 공간과 장소라는 물질적 의미, 규칙이라고 하는 방법과 수단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그러니까 진인이 15신위를 하늘이 비밀리에 전하는 길한 장소에 모시는데, 그 모시는 방법도 하늘에서 정해준다는 뜻이다. 바로 이 법이 진법주의 진법이며, 그 진법이 15신위를 통해 구현되는 장소가 영대다. 

현재 대순진리회의 도장 건축물을 보면, 진인이 15신위를 모신 영대 옆의 내정에 자리를 잡고 진법을 펼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것은 진법주를 그대로 시각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순진리회의 내정은 여동빈이 말한 ‘내정’에서 그 용어를 가져온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므로 여동빈이 ‘내정’에 대해 말해둔 것을 대순진리회의 내정과 비교하여 이해하는 것은 타당하다. 여동빈은 비슷한 맥락에서 ‘영대’에 대해서도 말해두었다. 그것을 요약하자면 ‘영대’는 구대(龜臺)로서 신령함이 나타남을 상징하는 장소요, ‘내정’은 구사대(龜蛇臺=玄武臺)로서 우주의 법과 질서를 지킴을 상징하는 장소다. 여동빈이 말한 신령한 공간 ‘영대’는 15신위의 고귀한 신명들이 거주하여 신령스러움을 드러내는 영대와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여동빈이 말한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장소 ‘내정’은 진인이 15신위와 진법을 받들고 펼쳐나가는 내정과 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여동빈이 말한 ‘영대’ㆍ‘내정’은 대순진리회의 영대ㆍ내정과 완전히 같은 건 아니나 그 의미에서는 통하는 면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글을 마치기 전에 한 가지 사실을 덧붙여놓고자 한다. 그것은 여주본부도장 영대에 모셔진 사십팔장(四十八將) 가운데에도 현무의 상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십팔장은 영대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구천상제를 최측근에서 모시는 신명들로 이해될 수 있다.36) 사십팔장은 1773년 묘향산 판본과 1884년 계룡산 판본의 [옥추경]에서 전하는 48장과도 관련이 있는 듯하지만, 실제 그 정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중국의 도교 학자 인즈화(尹志华)가 [옥추경] 48장에 대한 신상정보를 정리했으나,37) 그에 의하면 [옥추경] 48장은 중복되는 인물로 인하여 실제로는 45장에 불과하며, 여성 신장이 2명 포함되는 데다가 관성제군도 48장에 속한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직접 관찰하고 확인한 바에 따르면 여주본부도장의 48장은 45명이 아니라 48명으로 형상화되어 있으며, 모두 수염을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성 신장은 없고, 관성제군의 풍모를 한 신장도 보이지 않는다.38) 하지만 48장의 존재는 오직 [옥추경]에서만 전하고 있고, [옥추경]도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이 설했다고 알려진 경전이므로, 그 경전의 48장이 여주본부도장의 48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상당하다.39) 그러니까 [옥추경] 48장은 여주본부도장 48장과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일부는 같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 주목되는 존재가 [옥추경] 48장 가운데 첫 번째인 만법교주(萬法敎主)다. 만법교주는 북쪽 하늘인 현천(玄天)40)을 담당하여 그 구역을 지키고 수호하며 악귀를 물리치는 방위신을 말한다. 이 신명을 높여서 현무대제(玄武大帝)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송나라 때는 그 이름이 송 황제의 조상인 조현랑(趙玄朗)과 이름 글자 ‘현(玄)’이 겹친다는 이유로 피휘(避諱)하여 진무대제(眞武大帝)로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신명은 진무대제 혹은 현무대제보다는 진무장군(眞武將軍) 혹은 구천채방사(九天採訪使)라는 이름으로 민간에 더 널리 알려져 왔다.41)

‘진무장군’이라는 표현은 도교 경전 [도장(道藏)]에 들어있는 「태상설현천 대성진무본전신주묘경(太上說玄天大聖 眞武本傳神呪妙經)」이라는 긴 이름의 경에서 다음과 같이 찾아볼 수 있다.

 

“우러러 사뢰옵나니, 현천대성(玄天大 聖)께서는 북방의 임계(壬癸)를 담당 하는 지극히 신령한 신이시며, 금궐진 존(金闕眞尊)이 응하여 화신(化身)하 신 무상(無上)한 장군(將軍)으로서 곧 진무이시다. …자미대제(紫微大帝) … 앞에 (수많은 신들이) 엄숙히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그때 옥동(玉童)이 대 제(大帝)의 칙령을 전했다. 북방의 대 장인 진무장군(北方大將玄武將軍)은 마땅히 옥황상제의 명을 좇아 신병(神 兵)을 거느리고 매월 3도씩 하늘을 두루 순찰하되, 무릇 사악한 기운을 만나거나 요망한 별이 거꾸로 돌아나 가면 신속히 베어 없애라. 또한 삼원 일(三元日: 음력 1월 1일, 음력 7월 15일, 음력 10월 15일)과 팔절일(八節日: 사립이지와 춘분, 추분), 갑자일과 경신일, 그리고 한 달에 한 번(一月一辰) 인간세계로 내려가되, 선(善)을 잘 기록하고 악(惡)을 벌하며, 바른 것을 돕고 사악한 것을 없애며, 도를 숭상하는 자[天人]를 가려 구제하고, 요사한 것을 잡아서 그 독기를 제거하라. 이렇게 위의 뜻을 보좌하며 성심껏 행하라.”42) 

 

구천채방사라는 신명의 존재는 송나라 소설 [계신록(稽神錄)] 「여산매유자(廬山賣油者: 여산 아래에서 기름을 파는 사람)」 등에서 볼 수 있는데, 민간에서는 도를 숭상하는 사람들을 살피고 다니는 신선[道敎所信奉的巡察人间的神仙]으로 흔히 잘 알려져 있다.43) 

진무장군과 구천채방사에 대해 전해지는 경전과 구전 기록은 진무(현무)가 하늘의 명을 받아 인간의 선악을 감시하고 기록하며, 도를 받들고 닦는 사람을 보호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사실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주를 수호하며 신령스러운 존재와 법을 지키고 수호하는 구사 현무의 상징과 같은 맥락에 있다. 이러한 의미를 갖는 진무(현무)대제가 여주본부도장의 48장 가운데 하나라는 가정이 만약 확인된다면, 우주와 진법을 수호하는 현무의 상징이 영대 안의 구천상제 곁에도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1) 차선근, 「대순진리회 도장 건축물 내정(內庭)에 대한 연구: 내정의 문헌 출처와 그 맥락을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37 (2021), pp.1-53.

2) 이 부분은 필자가 쓴 「대순진리회 상제관 연구 서설(Ⅱ) : 15신위와 양위상제를 중 심으로」, [대순사상논총] 23 (2014)의 Ⅱ장을 재구성하고, 거기에 [성재일지]의 자 료를 추가한 것이다.

3) 김하정, [성재일지] (필사본), 1971년 4월 1일 기록.

4) 차선근, 「대순진리회 상제관 연구 서설(Ⅱ): 15신위와 양위상제를 중심으로」, [대순사상논총] 23 (2014), p.246. 

5) 같은 글, p.244. 

6) 같은 글, p.245, pp.248-249; 차선근, 「신축년에 천지대도를 열으시고 (하)」, [대순회보] 241 (2021), pp.23-27. 

7) 차선근, 「대순진리회 상제관 연구 서설(Ⅱ): 15신위와 양위상제를 중심으로」, p.247.

8) 같은 글, pp.243-247. 

9) 봉축주, 태을주, 기도주, 진법주, 칠성주, 운장주, 이십팔수주, 이십사절주, 도통주, 신장주, 해마주, 신성주. 

10) 「도전님 연두 훈시」, [대순회보] 16 (1990), p.2, “도인들은 서로 간에 고맙고 감 사한 사람들인 것입니다. 방면(方面)과 체(體)가 서로 다를지라도 다 같이 상제님의 뜻을 받들어 나가는 도문소자(道門小子)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11) 대순진리회 교무부, [대순진리회요람] (서울: 대순진리회 교무부, 1969), p.7; 차선 근, 「대순진리회 상제관 연구 서설(Ⅰ) : 최고신에 대한 표현들과 그 의미들을 중심 으로」, [대순사상논총] 21 (2013), pp.128-131.

12) 대순종교문화연구소, [도전 훈시] (미발행 자료), 갑자[1984]년 11월 5일(양력 1984. 12. 26). 

13) 대순진리회 교무부, [대순지침] 2판 (여주: 대순진리회 출판부, 2012), p.13; 이것 을 기념하여 모시는 치성이 4월 28일 봉천명 치성이다. 

14) [대순진리회 요람], p.9; 차선근, 「대순진리회의 변천 과정과 무극 태극의 관계」, [상생의 길] 4 (2016), pp.14-20.

15) [전경] 13판 (여주: 대순진리회 출판부, 2010), 예시 61절, “나의 일은 여동빈(呂 洞賓)의 일과 같으니라. 그가 인간의 인연을 찾아서 장생술을 전하려고 빗장사로 변 장하고 거리에서 이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흰 머리가 검어지고 굽은 허리가 곧아지 고 노구가 청춘이 되나니 이 빗 값은 千냥이로다고 외치니 듣는 사람마다 허황하다 하여 따르는 사람이 없기에 그가 스스로 한 노구에게 시험하여 보이니 과연 말과 같은지라. 그제야 모든 사람이 서로 앞을 다투어 모여오니 승천하였느니라.” 

16) [대순지침], p.49, “여동빈도 「몸의 병에는 약이 있으나 마음의 병은 고치기 어렵다(身病可藥 心病難醫).」라 하였고…마음이 내 몸을 좌우한다는 것을 깨달아라.” 

17) 중국 도교 학자 인즈화(尹志华)는 여동빈이 [옥추경]의 48장 가운데 하나가 신소 전교여진선(神霄传敎吕眞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즈화, 「조선시대 [옥추보경] 중 의 신장에 관한 연구」, [대순사상논총] 22 (2014), pp.168-169. 

18) [呂祖全書](32卷本) 卷九 [前八品仙經] 「五行端孝品第二」, “即說咒曰, 北一天地精, 普化於萬靈, 乾坤能轉軸, 龍虎潛眞蹤, 六魔以消盪, 三元景燦明, 烏兎結中谷, 龜蛇盤內庭, 遊行超宇宙, 掌握回死生, 驅掣雷電光, 鬼怪悉潛形, 敢有違逆者, 劈體如纖塵, 慧光 所照處, 災厄悉和平, 敬受而誦讀, 名奏於天宮.”

19) 자세한 설명은 차선근, 「대순진리회 도장 건축물 내정(內庭)에 대한 연구: 내정의 문헌 출처와 그 맥락을 중심으로」 참고. 

20) [道藏]卷十八, 「北斗治法武威經」 (上海: 上海書店, 1988), p.695, “第一, 天樞名 魁, 字貪狼, …子生人屬之. 第二, 天任名鬼勺, 字巨門, …丑亥生人屬之. 第三, 天柱名, 字祿存, …寅戌生人屬之. 第四, 天心名䰢, 字文曲, …卯酉生人屬之. 第五, 天禽名魓, 字廉貞, …辰申生人屬之. 第六, 天輔名, 字武曲…巳未生人屬之. 第七, 天衝名魒, 字破軍…午生人屬之….” [북두치법무위경]에 의하면 북두의 제1성 탐랑은 자년생 (子年生)을, 북두의 제2성 거문은 축해생(丑亥生)을, 북두의 제3성 녹존은 인술생(寅 戌生)을, 북두의 제4성 문곡은 묘유생(卯酉生)을, 북두의 제5성 염정은 진신생(辰申生)을, 북두의 제6성 무곡은 사미생(巳未生)을 각각 주관한다. 

21) [呂祖全書](32卷本) 卷十八 [參同經 ] 「瞻禮星斗章第三十一」, “惟高明之士, 先認本 命星斗, 不離一身運用, 所以了道成眞. 然此止可爲上根言之, 亦惟上根能行之. 何以北 斗只在一身? 蓋白玉龜臺, 即吾心之靈臺, 神獬寶座, 即一心之神化也. 璇璣玉府, 即此 心之虛靈, 所以運役五炁者耳!” 

22) 영대는 사전적 의미로 제왕이 천문이나 길흉을 살피는 누대(樓臺) 혹은 사람의 마음을 의미한다.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편), [한한대사전] 14 (서울: 단국대학교출 판부, 2008), p.1270.

23) 이성구, 「사신의 형성과 현무의 기원」, [중국고중세사연구] 19 (2008), p.33, pp.37-38, pp.50-54. 

24) [楚辭箋註] 卷五, 「遠遊」, “玄武謂龜蛇. 位在北方故曰玄, 身有鱗甲, 故曰武.” 

25) [朱子語類] 卷一百二十五, 「老氏」, ‘外篇天運第十四’, ‘論道敎’, “又如眞武, 本玄武, 避聖祖諱, 故曰眞武. 玄, 龜也; 武, 蛇也.

26)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민족대백과사전] 1 (성남: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8), p.658. 

27) 한영우, [<반차도>로 따라가는 정조의 화성 행차] (파주: 효형출판, 2007), p.30, p.38, p.96, p.100.

28) 기문둔갑의 직부팔신이란 직부(直符), 등사(騰蛇), 태음(太陰), 육합(六合), 백호(白 虎), 현무(玄武), 구지(九地), 구천(九天)을 말한다. 

29) 성명학이나 육임의 육신이란 청룡, 주작, 백호, 현무, 구진, 등사를 말한다.

30) 뱀인 등사는 신구나 현무와 달리 사령 또는 사신에 속하지 않는다. 

31) [禮記] 「禮運」, “何謂四靈, 麟鳳龜龍. 麟鳳龜龍謂之四靈.” 

32) 금장태, 「고대중국의 신앙과 제사: 그 구조의 종교사학적 고찰」, [종교연구] 1 (1972), pp.89-90; 이성구, 앞의 글, p.4.

33) 이성구, 앞의 글, pp.2-8

34) 차선근, 「칠성주의 ‘문곡’과 ‘육순’」, [대순회보] 237 (2020), pp.70-86 참고.

35) [대순지침], pp.81-82.

36) 대순종교문화연구소, 「시루산에서 공부하심」, [대순회보] 8 (2008), pp.14-15.

37) 인즈화, 앞의 글. 

38) 차선근, 「대순진리회 상제관 연구 서설 (Ⅱ): 15신위와 양위상제를 중심으로」, pp.261-263. 

39) 같은 글, p.263. 

40) [회남자(淮南子)] 卷三, 「천문훈(天文訓)」은 하늘을 9개의 방위로 나누고 그것을 구야(九野)라고 부른다. 이에 의하면, 중앙 하늘은 균천(鈞天: 角ㆍ亢ㆍ氐), 동쪽 하 늘은 창천(蒼天: 房ㆍ心ㆍ尾), 동북쪽 하늘은 변천(變天: 箕ㆍ斗ㆍ牛), 북쪽 하늘은 현천(玄天: 女ㆍ虛ㆍ危ㆍ室), 서북쪽 하늘은 유천(幽天: 壁ㆍ奎ㆍ婁), 서쪽 하늘은 호 천(昊天: 胃ㆍ昴ㆍ畢), 서남쪽 하늘은 주천(朱天: 觜ㆍ參ㆍ井), 남쪽 하늘은 염천(炎 天: 鬼ㆍ柳ㆍ星), 동남쪽 하늘은 양천(陽天: 張ㆍ翼ㆍ軫)이다. 

41) 또는 노자인 태상노군이 82번째로 화신한 인물이라는 설도 있고, 옛날 정락국(淨 樂國)의 태자였다가 왕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42년 동안 무당산(武當山=太和山)에 서 수도한 끝에 현천상제인 진무(현무)대제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정락국은 장강 (長江=양자강)의 지류인 한수(漢水) 유역에 존재했던 고대의 나라를 말한다. 한수 유역이란 지금의 산시성(陕西省) 남부와 허난성(河南省) 서남부, 후베이성(湖北省) 등의 지역을 포함한다. 인즈화, 앞의 글, pp.141-143.

42) [道藏] 卷十八, 「太上說玄天大聖眞武本傳神呪妙經」, p.38, “仰啟玄天大聖者, 北方 壬癸至靈神. 金闕眞尊應化身, 無上將軍號眞武. …紫微大帝…咸親帝座, 肅拱宸威. 時 有, 玉童傳大帝之勑, 北方大將玄武將軍, 宜察玉皇聖命勁令, 每月三度, 統領神兵, 躬往諸天, 徧爲巡察. 凡遇邪氣, 及有妖星逆次流纏, 速須剪戮. 又遇三元八節, 甲子庚申, 一 月一辰, 降於下界. 錄善罰惡, 輔正除邪. 濟拔天人, 松妖攝毒. 以副上意, 切切爲之.” 

43) [汉语词典] (https://cidian.aies.cn/Mjg1NjI4.htm, 2021. 8. 22. 접속)

 

 

출처 :  대순종학지 4집 

- "진법주와 『여조전서(呂祖全書)』로 살펴본 영대와 내정"


천상 (선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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