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사상은 세계 문명 위기 해결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기획불멸 (태자) 2024년 秋

대순사상은 세계 문명 위기 해결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 내용 일부발췌

 

 

​Ⅱ. 해원상생과 세계적 문명 위기의 극복

 

한국 신종교는 기존 사회와 종교에 대한 비판 의식을 근간으로 시대 변화에 대응하여 태동한 새로운 차원의 종교운동이다. 따라서 신종교 는기성종교와는 다른 새로운 문제의식과 세계관을 표방한다.

이는 관점을 달리하면 신종교운동에는 사회의 갈등구조를 분석하는 한편,이를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력을 담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종교, 문화, 정치, 경제 등과 관련한 제반 분야의 갈등 양상과 이에 대한 극복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증산10)의 세계진단과 우주관은 바로 천지공사(天地公事, 1901~1909)로 집약된다.

 

​천지공사는 상도(常道)를 잃은 천지도수를 개정(改定)하고 신명을 조화하여 만고의 원한을 풀고 상생의 도로 후천의 선경을 세워 온 인류를 구제하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종교적 의례이자 대역사로 설명 되고 있다.

천지공사는 다양한 공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체계와 구조로 처결되어 있어 그 의미를 명확 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요강(要綱)은 천지의 그릇된 도수 (度數)와 착란을 재조정하고 인간세계와 신명세계에 누적된 포원(抱冤)과 상극을 풀고 해소함으로써 이 세계를 항구적 평화가 정착된 후 천선경(後天仙境), 조화세계(調和世界)로 변화시킨다는 것이 천지공사 의 주된 내용이다.11)

 

천지공사와 관련하여 김탁은 “기존의 창시자들이 이상사회를 정신 적인 차원에서 설정하거나 죽음 뒤의 이상향으로 관념화시킨 데 비해, 증산은 현재의 사상을 바꾸어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이상을 이루어 나가자고 외친 사상의 대전환”이라고 평가했으며,12) 배규한은 천지공사는 “해원상생의 방법이자 실행 기제”로서 인간과 세계의 참상을 근원적이면서도 항구적으로 해소하는 공사이며, “증산을 상제로 믿게 한 신앙적 근거이며 대순사상의 핵심적 내용을 구성하는 원천”으로 정의 하였다.13)

요컨대 대순사상에서 말하는 천지공사는 신성ㆍ불ㆍ보살의 간절한 청원에 의하여 진멸지경에 처한 세상을 구하고자 구천에서 인 신 강세한 증산이 삼계를 대순하고 상도를 잃은 천지의 도수와 근본 질서를 조정하여 후천의 무궁한 지상낙원을 건설하는 구제창생의 공사이자 삼계개벽의 공사라 설명될 수 있다.

 

상제께서 이듬해 四월에 김 형렬의 집에서 삼계를 개벽하는 공사를 행하셨도다. 이때 상제께서 그에게 가라사대 「다른 사람이만든 것을 따라서 행할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느니라. 그것을 비유컨대 부모가 모은 재산이라 할지라도 자식이 얻어 쓰려면 쓸때마다 얼굴이 쳐다보임과 같이 낡은 집에 그대로 살려면 엎어질 염려가 있으므로 불안하여 살기란 매우 괴로운 것이니라. 그러므로 우리는 개벽하여야 하나니 대개 나의 공사는 옛날에도 지금도 없으며 남의 것을 계승함도 아니요 운수에 있는 일도 아니요 오직 내가 지어 만드는 것이니라. 나는 삼계의 대권을 주재하여 선천의 도수를 뜯어고치고 후천의 무궁한 선운을 열어 낙원을 세우리라」 하시고 「너는 나를 믿고 힘을 다하라」고 분부하셨도다.14)

 

 

위의 구절에서 증산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낡은 집’에 비유하면서 ‘개벽’이라는 ‘공사’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가야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를테면 증산은 기존의 것을 증축(增築)할 것이 아니라 새로 지어 만들어야 한다는 신축(新築)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 점이 여타의 종교적 세계관과 구분 지을 수 있는 특징이다. 즉, 시운적으로 예정되어 있는 미래가 아닌 운수를 초월해 증산에 의해 새롭게 지어 만들어지는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증산은 개벽공사의 주재자임을 천명한다. 증산은 구천 (九天)이라는 최고의 천계에서 원시의 신성ㆍ불ㆍ보살들의 “상제가 아니면 혼란에 빠진 천지를 바로 잡을 수 없다.”15)는 절박한 하소연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강세(降世)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증산의 이러한 선언에서 그의 독특한 종교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세계 구원의 요청이 인간이 아닌 신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오랜 세월 동안 신은 인류가 구원을 소망하는 청원의 대상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인간 구원의 주체들이 오히려 구원을 청하는 객체로서의 위치 변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신들조차 해결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과 사태의 심각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반추하면, 증산에게 있어 광구의 대상은 인간에 한정된 것이 아닌 신명계까지 포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증산의 세계진단은 인간과 신명, 자연을 아우르는 통합적 병인(病因)의 파악으로 진행된다.

 

증산이 파악한 병인은 인간의 일상적 감정인 원이었다.

원을 단순히 일상적인 감정에 한정하지 않고 그 부정적 측면과 영향력을 간파한 증산은, 전 우주와 온 인류에게 누적ㆍ확산되어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삼계에 누적되었던 원울(冤鬱)을 일소하고, 동시에 그 원의 뿌리를 근원적으로 제거함에 있다고 보았다.

이에 증산은 원의 실체를 명확히 드러내는 한편, 원에 의해 야기된 세계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의 흐름으로 전환하는 해원공사를 진행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증산은 역사에 나타난 원의 뿌리와 전개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예로부터 쌓인 원을 풀고 원에 인해서 생긴 모든 불상사를 없애고 영원한 평화를 이룩하는 공사를 행하리라. 머리를 긁으면 몸이 움직이는 것과 같이 인류 기록의 시작이고 원(冤)의 역사의 첫 장인 요(堯)의 아들 단주(丹朱)의 원을 풀면 그로부터 수천년쌓인 원의 마디와 고가 풀리리라.단주가 불초하다 하여 요가 순(舜)에게 두 딸을 주고 천하를 전하니 단주는 원을 품고 마침내 순을 창오(蒼梧)에서 붕(崩)케 하고 두 왕비를 소상강(瀟湘江)에 빠져 죽게 하였도다. 이로부터 원의 뿌리가 세상에 박히고 세대의 추이에 따라 원의 종자가 퍼지고 퍼져서 이제는 천지에 가득 차서 인간이 파멸하게 되었느니라.그러므로 인간을 파멸에서 건지려면 해원공사를 행하여야 되느니라.16)

 

위의 구절에서 증산은 이 세계의 영원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예로부터 쌓인 원을 풀고 그로 인해 누적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그 방법은 천지인 삼계의 순환과 통합적 조화를 이끌어내는 ‘공사(公事)’라는 공적 처결 또는 행위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특히, 증산은 해원공사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그 원의 뿌리와 역사의 시작을 단주의 원으로 선언한다. 물론 단주의 원은 역사적 관점에 따라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다.17) ​​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증산은 이들의 원을 인과적 차원에서 풀면 만고(萬古)에 쌓였던 원울이 해소되리라 예시한 것이다. 이러한 증산의 종교적 구상은 원의 실체적 해소로서 해원을 지향하면서 천지공사의 기저로 자리매김한다.

 

‘해원’은 역사적으로 누적된 원한과 그 원한의 구조를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또한, ‘상생’은 해원을 통해 발현되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와 구성 원리를 의미한다.인류 역사는 상극에 지배된 세계로서 대립과 갈등의 원한이 쌓이고 맺혀 점철된 사회였다.하지만,증산이 예시한 원과 한이 해소된 앞으로의 세상은 상생의 도가 기축이 되어 사회적 질곡과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자유로워지는 이땅에서 이루어지는 ‘지상선경’의 이상세계이다. 선천의 운행 원리가 상극이었다면, 이와 달리 후천은 상생으로 운영되는 세상이다.18)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증산은 오직 해원상생의 법리를 통해 가능하다고 보았다. 말하자면 선천의 모든 부정적 결과가 근원적으로 상극적 요인에서 기인하였기 때문에 후천으로의 전환은 상극을 해소할 대극적 이념을 모색하게 한다.

 

 

따라서 증산은 기존의 낡은 가치관을 대신할 새로운 이념과 실천 원리로서 해원과 상생을 제시한 것이다.

요컨대 해원상생은 천지인 삼계의 인간ㆍ신명ㆍ자연이 모두 해원하고 상생하는 조화적(調和的)이상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본질적인 사고의 전환인 동시에 원리이다.

따라서 대순사상에서는 현재 인간과 자연이 직면한 세계 문명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는 해원상생의 법리에 의거한 지구촌 인류의 정신 개벽과 실천적 상생협력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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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강증산 성사, 조정산 도주, 박우당 도전 등은 이하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존호(尊號)인 증산, 정산, 우당으로 표기한다.

11) ‘도수’는 증산의 천지공사에 따라 변화하는 천지의 원리이나 법칙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의미한다.관련 내용은 김탁,「증산과 정산의 도수(度數)사상」,[대순사상논총] 30 (2018)을 참조할 것.

12) 김탁, [증산 강일순] (파주: 한국학술정보, 2006), p.31.

13) 배규한, 「인간과 세계의 미래에 관한 해원상생사상 연구」, p.21, p.28.

14) [전경], 공사 1장 2절.

15) 같은 책, 예시 1절.

16) 같은 책, 공사 3장 4절.

17) 고남식, 「해원 주제 강증산 전승 연구」 (건국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03), pp.30-49 참조.

18) 대순사상의 선후천 세계관에 대해서는 윤용복, 「대순진리회의 후천개벽 세계관」, [대순사상논총] 27 (2016)을 참조할 것.

 

 

 

 

 

출처 : 대순종학지 5집

http://dsstudies.org/apl/ko/paper/search#list,10,1,selectSearchList,vol=5&s_type=&keyword=&refresh=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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