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과 상생

인문/칼럼할방 (신선) 2018 春
 - 상생은 진정한 동양의 웰빙문화를 정립케 해주는 중요한 바탕

 

 

 

대체로 도교 양생은 개인적 차원에 국한되고 있다. 하지만 웰빙은 안녕과 행복, 복지를 포함하기 때문에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웰빙은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성취되는 것이 아니며, 타인과 사회, 더 나아가 세계와 우주만물까지 연관되는 개념인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웰빙을 위해서는 인간 개체를 둘러싼 여러 환경적 요소들과의 관계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웰빙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이러한 관계 담론은 상생으로 정립할 수 있다고 본다.  

 

전통적인 도교에도 가난과 환란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해주며 덕을 쌓는 진행(眞行)이라는 외적 수련이 있고, 또한 적선(積善)을 강조하는 공과격(功過格)이나 권선신앙(勸善信仰)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담론들은 주로 인간들 사이에 적용되는 일방향적 개념이다. 이에 비해 상생은 인간 개체들뿐만 아니라 집단과 집단, 망자(亡者)와 생자(生者), 더 나아가 자연과 만물 등, 모든 관계에 다 적용 가능한 폭넓은 양방향적 개념이다.  

 

  원래 동양철학에서 상생은 오행 사이의 관계를 말하는 우주론적 용어였으나, 이것을 종교적 진리체계의 축으로 삼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분은 대순진리회의 신앙의 대상인 강증산(姜甑山, 1871-1909)상제이시다. 2014년 현재 한국에서 200만 가구의 신자를 두고 있는 대순진리회는 경기도 여주의 본부도장을 비롯하여 전국 각 지역에 5개의 도장과 2,500여 곳의 종교 집회 시설물들을 갖추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족종교이다. 한국의 종교학자들도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와 함께 대순진리회를 한국의 5대 종교로 꼽는다.  

 

  상생은 이러한 대순진리회의 핵심적 가치이다. 오행의 상생은 두 대상 사이에 일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지만, 대순진리회의 상생은 쌍방향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 의미는 ‘서로 같이 더불어 사는 것’,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상생은 이보다 더욱 적극적인 사상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을 살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그러므로 서로가 서로를 살려야만 모두의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 상생의 진정한 본뜻이다. 쉽게 말해서 공생(共生)이 ‘같이 사는 것’이라면, 상생은 ‘같이 살리는 것’이다. 

 

대순진리회는 이러한 상생을 구현하기 위해서 해원(解冤)과 보은(報恩)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해원상생(解冤相生)이요, 보은상생(報恩相生)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해원(解冤)이란 무엇인가? 이제까지의 세상은 상극이라는 원리 아래 움직여왔으므로 반목과 투쟁 때문에 원한이 끊임없이 생겼고, 그 원한들이 풀리지 못한 채 가득 차서 세상은 망하게 되었다. 따라서 평화로운 새 시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모든 원한을 해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해원이 없이는 상생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해원은 분풀이나 보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증산께서 ‘악(惡)을 악(惡)으로 갚는 것은 피를 피로 씻는 것과 같다’, ‘악(惡)을 선(善)으로 갚아야 한다’고 하신 바와 같이, 해원의 길은 상대를 용서하며, 이타의 정신으로 남에게 원망 받을 일을 하지 말고 오직 남을 잘 되게 하는 것에 힘씀에 있다.  

 

해원이라는 말은 예로부터 있어왔으나 대순진리회는 그 개념을 우주론적 영역으로 확장시켜 새로운 생명을 주입시켰다는 데에 그 중요한 특징이 있다. 그것은 첫째, 기존의 해원이 망자의 원(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면, 대순진리회의 해원은 원을 가지는 주체가 망자를 넘어서 살아 있는 사람, 민족, 국가, 심지어 동물과 신명 등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개체들에게까지 확대된다는 점이다. 둘째는 기존의 해원이 전염병이나 재해(災害) 같은 부분적인 혼란 해결을 도모하는 차원이라면, 대순진리회의 해원은 인간계의 혼란을 넘어 신명계를 포함한 전 우주를 혼란에 빠뜨리는 근본적인 원인 제거를 도모하는 차원이라는 점이다. 셋째는 기존의 해원이 망자를 위안시키는 차원이라면, 대순진리회의 해원은 그 차원을 포함하면서도 동시에 남을 잘 되게 하라는 상생 관념과 결합하여 윤리도덕의 차원으로까지 나아간다는 점이다. 넷째는 기존의 해원이 원혼을 위무하고 현세의 안녕을 지향하는 차원이라면, 대순진리회의 해원은 상극과 원이 없는 새로운 신세계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해원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것에 힘쓰는 것을 해원상생이라고 하니, 이 사상은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전 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서 자연과 만물의 관계까지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다.  

 

  또 보은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삶을 영유함은 천지의 은혜이니 하늘을 공경함으로써 갚아야 하고, 사람이 각자의 지위와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은 사회의 은혜이니 사회의 복지를 위하여 헌신 봉사함으로써 갚아야 하고, 편안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음은 국가의 은혜이니 국가에 대한 성충(誠忠)으로써 갚아야 하고, 태어나고 자람은 부모로부터 받은 은혜이니 효로써 보답해야 하고, 가르침을 받아 성공을 이룸은 스승의 은혜이니 그 받은 학식으로써 국가사회에 헌신·봉사하여 갚아야 하고, 생활의 여유로움은 직업의 은혜이니 충실·근면으로 직무에 복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은을 생활화함이 곧 보은상생의 실천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사회와 자연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웰빙을 추구한다면,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사회·자연과의 관계 역시 바르게 정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 인간 개체를 뛰어넘어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웰빙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인간의 상생, 사회와 사회의 상생, 국가와 국가의 상생, 민족과 민족의 상생, 더 나아가 대자연과 인간의 상생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더 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명확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은 진정한 동양의 웰빙문화를 정립케 해주는 중요한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과 웰빙을 위한 도교적 실천 담론: 양생 그리고 상생] 중 일부 발췌


할방 (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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