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섬! 제주도 설화

문화/생활천상 (선녀) 2017 秋
 - 제주도가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곧 제주도이다

  

 

 

설문대할망 설화 

 

태초에 한반도 남단에는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힘이 센 여신(女神) 설문대할망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누워서 자던 그녀가 벌떡 일어나 앉아 방귀를 뀌었더니 천지가 창조되기 시작했다. 불꽃 섬은 굉음을 내며 요동을 치고, 불기둥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녀는 바닷물을 삽으로 퍼서 불을 끄고 치마폭에 흙을 담아 날라 부지런히 한라산을 만들었다. 만드는 과정에서 치맛자락 터진 구멍으로 흘러내린 흙들이 모여서 오름들이 생겼다. 그다음에는 산을 돌아가면서 아흔아홉 골짜기를 만들었다. 사람을 해치는 맹수가 생겨날 수 없는 신비한 숫자의 골짜기였다. 또한 섬의 구석구석을 꾸미고 돌보자 제주는 바다 한가운데 초록빛 타원형 섬으로 변모했고, 마치 커다란 우주의 알 같았다.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였다. 한라산 골짜기 구름공장에서 구름이 솟아나 소나기를 내쏘았고, 들녘 끝에 오색 무지개가 둥글게 걸리고 잠자리들이 날았다. 산열매를 배불리 따 먹는 동물들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고, 바다에서 돌고래와 문어, 전복, 소라, 물고기 등이 나와 풍성하게 되었다. 풍성한 바다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공급해 주었고, 이에 따라 제주엔 물질하는 해녀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이러한 산과 바다,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설문대할망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렇지만 제주를 창조하며 돌보는 동안 자신이 입고 있던 날개옷은 흙투성이에다 구멍이 여기저기 나 있었다. 더러워진 날개옷을 벗어 빨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라산에 엉덩이를 깔고 앉고, 한쪽 다리는 관탈섬에 놓고, 또 한쪽 다리는 서귀포시 앞바다 지귀섬에 놓고서, 성산봉을 빨래바구니 삼고, 소섬은 빨랫돌 삼아 빨래를 했다.

 

그런데 옷이 마르면서 설문대할망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날개옷에 구멍이 너무 나서 더는 입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늘 안개를 휘두르고 다녔다. 마침 사람들이 그녀를 찾아와 육지와 다리를 놓아주기를 간청하다가 그녀의 날개옷이 구멍 뚫린 누더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주면 그녀를 위해 명주 옷감을 모아 드리겠다고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섬사람들의 촌장이 모든 옷감을 모아 그녀에게 올렸다.

 

하지만 그녀는 슬픈 표정으로 명주를 다시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만다. “억지로 내놓은 것이 많구나.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아느냐, 지극한 정성이 들어 있으면 자투리 옷감일지라도 그 정성만큼 늘려서 옷을 지어 입을 수 있다. 마음이란 것, 정성이란 건 그렇게 놀라운 것이다. 너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소원은 들어줄 수 없구나, 훗날 다리를 놓아주지 않은 내 뜻을 알게 되리라”는 말을 남겼다. 이유인 즉, 촌장이 옷감 수거가 잘 안 되자 섬사람들에게 강요해 빠짐없이 옷감을 받아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기대와 욕망이 좌절되자, 사람들은 설문대할망에 대해 불평불만을 갖으며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 그들의 행동에 상처를 받은 설문대할망은 홀연히 한라산 중턱 생명의 원천(源泉)이 깃든 물장올오름 호수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서는 자신을 따르는 모든 정령들에게 “나 이제 이 땅에 스며들련다. 이 섬의 흙은 내 살이요, 이 섬의 물은 내 피요, 이 섬의 돌은 내 뼈라”고 말하며 모습을 감춰버렸다. 거대한 여신 설문대할망을 잃은 정령들은 통곡하였고 한라산 곳곳을 헤매며 설문대할망의 모습을 찾아다니다 굳어져 바위가 되고 말았다. 

  

 


천상 (선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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