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진영, 이영준
우리 인간은 선별의 방식을 통하여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인간 이외의 모든 동물 종에 절대적인 통제력을 행사해왔다. 동물에게 가한 유전자 조작이 아마도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처음에는 충격적이었지만 유전공학이 보편적 학문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에는 “완전히” 또는 “사실상”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행위는 동물의 관점을 완전히 배제한 것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서구의 동물복지론이 설득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상호성의 원리, 즉 인간과 동물의 입장이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일정 수준 고려되어야 한다.
동물 또한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가 텔로스(telos) 로 부른 생물학적, 심리학적 특성의 욕구와 관심을 지닌 존재이며 그들에게도 일정한 ‘마음’이 있기(행록 2장 15절; 행록 4장 34절)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존할 권리, 학대받지 않을 권리, 행복하게 살 권리를 주장하는 현대의 동물복지 목소리는 생명에 대한 “근원적” 존중을 지향하는 대순사상의 동물해원과 긴밀한 관계성을 유지한다.
증산은 “선천에서는 인간 사물이 모두 상극에 지배되어 세상이 원한이 쌓이고 맺혀 삼계를 채웠으니 천지가 상도(常道)를 잃어 갖가지의 재화가 일어나고 세상은 참혹하게 되었도다.”며 “만고의 원한을 풀고 상생(相生)의 도로 후천의 선경”을 세우고자 천지공사를 시행하였다(공사 1장 3절). 원한이나 원망과 같은 부정적 감정으로서 원(冤)이 쌓여 파멸 지경에 다다른 이 세계를 원의 해소를 통해 모두가 잘 사는 후천의 지상천국건설을 피력하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신명, 자연과 신명 등 대대하는 우주의 모든 존재가 원한을 풀고 같이 살아가자는 것, 보다 쉽게 말하자면, 만물이 서로를 위하고, 이해하고, 아끼고, 용서하면 자연스럽게 평화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원상생은 지극히 ‘단순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단주(丹朱)에게서 시작된 원은 그 “뿌리가 세상에 박히고 세대의 추이에 따라 원의 종자가 퍼지고 퍼져서 이제는 천지에 가득 차서 인간이 파멸하게 되었느니라”(공사 3장 4절)라는 증산의 언설처럼, 원의 영향력은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매우 파괴적”이다.
그런데 해원은 인간의 원을 푸는 것으로는 완전하지 않다. 이미 원이 온 우주 속으로 확장한 상태이며 천지인 삼계로 대별되는 세계의 모든 존재가 상호 역동적으로 얽혀있는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계는 하나의 전체 또는 하나의 생명체이며, 그것을 구성하는 각 부분은 밀접한 관계 속에서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배규한은 해원공사의 범위를 신명계, 인간계, 지계라는 삼계 전체로 설정하였고, 이경원은 [전경]을 분석하여 신명, 국가, 제도, 관습, 지기, 금수 등으로 보다 세분화하였다.
해원상생이 전체론적, 전일적, 또는 유기적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해원은 인간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삼라만상이 그 대상일 수밖에 없으며 분명히 동물에게도 그 문이 열려있다.
증산이 대원사에서 공부를 마치고 방을 나선 때는 우주 만물을 해원시켜 상생의 도가 펼쳐지는 천지개벽을 위한 공사를 시작하려할 때인데, 그 순간 인간보다 이를 먼저 안 각종 새와 짐승이 모여들어 해원을 구하였다(행록 2장 15절).
동물에게도 해원은 절실한 문제였고,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천지공사가 완전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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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존시대의 핵심은 추상성이 아니라 구체성에 있는데, 예를 들어 “지금은 해원시대니라…양반의 인습을 속히 버리고 천인을 우대하여야 척이 풀려 빨리 좋은 시대가 오리라”(교법 1장 9절)처럼 실천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지극히 ‘단순한’ 해원상생의 실천윤리는 상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동물과 마주대할 때에는 한없이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우주의 다른 구성체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망 속에서 세계 전체에 대한 자각이 인간에게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사재천 성사재인”(교법 3장 35절)의 인존시대에 우주 진행 과정의 주체로서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인간의 역할이 더욱 필요해지며, 무엇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인간의 “자유의사”(교법 3장 24절) 가 중요해진다.
인간, 동물, 식물 등 우주의 모든 구성체는 각기 맡은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은 각각의 존재를 식별케 한다. 각각의 존재는 각자의 역할을 소화할 때, 다시 말해 각자의 역할에 막힘이 없을 때 세상이 평화로울 것이라는 역할에 기초한 전체론적 사고 체계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서구의 동물복지 주장을 ‘막힘’을 뚫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한다고 해도 동물이라는 우주의 특정 개체에 집중함으로써 그 힘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막힘의 해소는 각자의 역할이 다른 대대하는 존재들 간의 상호성의 원리 속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이 상호성의 원리가 내재된 해원을 동물 문제에 적용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대순사상에 인간해원을 위해 복지의 개념이 도입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ㆍ실행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동물해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추상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제 동물해원을 실천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때이다. 동물해원은 후천으로 나아가기 위한, 그래서 간과할 수 없는 인존시대를 준비하는 우리 인간의 역할이다.
출처 : 논문일부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