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진리회 방문 감상기>
타산지석가이공착(他山之石 可以攻錯)01
글 대만 사범대학교 교수 사총휘(謝總輝)
지난 반년에 이르는 시간동안 가장 의미 깊은 일을 꼽는다면 갖가지 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오월에 이유곤 선생님과 함께 대순진리회를 방문한 것을 들 수 있다. 지난 오월 초 우리 대만 일행들은 대순진리회 관련 임원들의 세심한 배려와 성실하고 진지한 접대 속에서 4박 5일간 심도 있는 종단관련 학습여행 시간을 가졌으며, 대순종단의 중요한 도장들을 참관함은 물론 대진대학과 한국의 고궁, 민속촌을 둘러보았고 한국의 도예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도장에서의 토론회와 치성에 직접 참여하는 등의 시간을 통해 종단의 종지와 의례의식 그리고 종단의 주요사업과 미래의 전망들을 초보적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 지난 여행 시간을 세세히 돌이켜보면, 마치 마음속에 만 송이의 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듯, 가슴 가득 감동의 물결이 밀려오며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의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특별히 여행 기간 동안 접촉했던 많은 친구들과 대순도인들의 언행을 통해 경건한 수도의 정신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들이 더욱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졌고, 공자가 말했던 ‘인능홍도(人能弘道)02’라는 지혜의 잠언이 인증되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도교와 대만 민속 문화를 이해하는 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특별 탐방과 관련 자료를 읽어보는 시간을 통해, 대순진리회의 수도 및 교화 그리고 포덕에 관련된 부분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이는 실로 대만의 전통종교와 신흥종단들이 거울로 삼아야 할 부분들이라 생각된다. 참관 기간 동안의 내용 중에 대순진리회가 표방하는 교화의 내용과 의식 그리고 수도의 관념 및 도인들이 종단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전통 도교의 내용과 흡사한 면이 많이 있었는데, 아래에 도교의 중요한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서로의 이해를 돕고 대순종단의 열정어린 접대에 미흡하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도교는 중국인들의 민족종교이자 중국 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중국의 도교는 역대 정국(政局)의 변천과 외래문화의 끊임없는 압력 속에 새롭게 거듭나고 성장하였으며, 이후 완전한 조직과 제도를 갖추어 나감은 물론 교의와 계율, 장엄한 과교(科敎)의식03과 실천에 적합한 수련방법을 완비하게 되었다. 이 교의는 ‘개겁도인(開劫度人)04’이라는 종교의 제도론하에 이루어졌으며, 선교의 동력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또한 도교는 소박한 조직형식으로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세상의 악에서 구제하여 도를 받드는 자를 이상적인 태평세계로 인도하는 길을 제시한다.
대순진리회는 한국 민족종교의 대표적 종단으로서 상제님과 창도주의 인간적인 인격은 많은 사람이 신뢰 속에 깊은 감화를 느끼게 하며, 종단이 제시하는 지혜의 길은 세속의 폐단을 해결하고, 자비제도의 정신을 새로이 해석함은 물론, 인응세난(因應世難)05으로써 고통에 빠진 민생을 구한다는 수도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작금의 시대에 이르러 한국과 대만 모두 사회의 가치관이 혼란해짐은 물론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의식이 날로 결핍되어가는 국면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위기이기도 하지만 종교적으로 볼 때 새로운 전기이기도 하다고 생각된다. 즉 대순진리회와 도교 모두 민족종교로서 두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심신을 닦고, 실천과 화합에 이를 수 있는 종교적 가정(家庭)을 이루느냐의 문제로 시작하여, 시대에 도태되지 않는 이념과 의식, 수련과 실천 등을 통해 위기에 처한 이 사회에 심원한 지혜와 좋은 방법들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반적으로 말해, 전통 종교의 자원은 비교적 풍부하여 모두 그 경전과 제도 속에 신화나 제례의식 및 수련법을 포함하고 있다. 창교주 및 교의(敎義)를 신봉하는 포교자는 완전한 귀의(歸依)와 기도 방식을 제정하고, 신앙인으로 하여금 종교적 세계로 들어가게 하며 또한 과거 행위에 대한 참회(懺悔)와 계율 준수를 통해 신성(神聖)과 신비한 경험을 하게 한다. 게다가 신앙인의 응집력을 강화하고, 경건하고 성스러운 신앙심을 불러 일으켜 해탈을 얻게 한다. 대순진리회는 신흥 종교로서 창교(創敎) 초기의 자원이 비교적 적었고 제도가 완전하게 갖추어지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백여 년에 이르는 짧은 기간 동안 도인들이 대순을 통해 느낀 많은 체험과 성심어린 포덕 사업은 작금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부분과 잘 부합되는 내용이라고 생각되며, 양호한 조직 관리와 정감과 감동, 그리고 신비함을 겸비한 포덕 사업은 오늘날 대순의 3대 중요사업을 탄생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이 모두는 모범적 신흥종단으로서의 자세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부분이라 하겠다.
대순이 사회에 미친 중요한 공헌을 구체적으로 꼽는다면 불안한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킨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며, 대순을 통해 도인들이 ‘한 가족’이라는 귀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대순진리회에서는 단체가 함께하는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일상생활에 있어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데, 이는 특별히 정신생활에 있어서 충실감을 더해 주고 있다. 즉 개인이 단체와 함께 수행하는 방법과 단체에 참석하는 방법을 통해 ‘주고 받음’의 구제(救濟)형식이 실현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공익과 자선을 위주로 하는 종단이 갖는 공동신앙의 응집력이라 할 것이며, 도인들이 구제의 도리를 펼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 하겠다.
다시 말해 자신의 심령을 구제함을 통해 타인의 심령을 구제하는 것은 곧 현대인들이 종단에 참여하는 형식을 통해 자아를 긍정함을 뜻한다. 이러한 부분은 실천적인 과정을 거쳐 자아의 심신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며, 한 개인이 가족 및 타인들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데, 이것은 곧 자신의 구제를 시작으로 가족을 구제하고 나아가서는 타인을 구제하는 길이라 할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전 가정 모두 수도에 임할 수 있는 최상의 길이라 하겠다.
현대인들은 종교의 지혜를 필요로 하는데, 우리는 대순진리회와 도교를 통해 종교의 지혜에 관한 체험과 수행적 의미를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개인에 대한 애정을 어떻게 단체에 대한 애정으로, 어떻게 생활에 관련된 갖은 욕구를 초월하여 무사하고 자유자재한 종교적 사랑을 꽃피울 수 있을 것인가를 말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 아래 우리는 가족에게 관심을 갖고 민중과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며, 이로써 개인이 다수와 심오한 조화의 관계를 가지게 될 것이다.
종교적인 사랑은 세속적인 사랑을 근본으로 하지만, 세속적인 사랑을 승화 및 초월함으로써 좀 더 성숙되고 평등한 그리고 자유자재한 조화로운 사랑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초월적 사랑의 특징은 첫째 편애함과 사사로움이 없고 소유함에 치우치지 않으며, 둘째 억지와 강제가 없으며, 셋째로 방종하지 않고 헛되이 소모하지 않음을 들 수 있다. 만약 종교적 교육이 강화된 가정의 한 구성원이라면 책임감과 의무감, 그리고 타인에 대한 실천적 사랑의 인식이 필요하다.
그것은 곧 기본적인 사랑으로부터 박애에 도달하는 넓은 사랑, 관심으로부터 봉헌(奉獻)의 마음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이라 할 것이며, 목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사랑의 손길부터 불안한 민심을 안정되게 하여 대가족적인 종단에 대한 사랑에 참여하게 하는 데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의 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개인과 가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생명의 체험과 신앙의 활동을 통해,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으로부터 사회 문화에 대한 책임을 느끼게 되는 것을 뜻한다. 나는 대순진리회가 앞으로도 단체의 심신수련과 도덕계율의 실천을 통해 희망의 정토를 창조함으로써 한 가정은 물론 국가와 민족, 나아가서 세계를 안정되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무한한 기쁨을 선사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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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시경(詩經)』 「소아(小雅)」편에 ‘他山之石 可以爲錯’이라는 구절이 나오며, ‘남의 산에서 나는 돌도 숫돌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02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편에 ‘子曰 人能弘道 非道弘人’이라는 구절이 있으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사람이 도를 넓힐 수 있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넓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의미이다.
03 도교의 의식을 말한다.
04 영겁의 세월을 열어 사람들을 제도함. 이 용어는 『수서(隋書)』 권35 「경적지(經籍志)」에 나오는 구절로, ‘원시천존이 매번 천지가 처음 열리는 때에 옥경(玉京)의 위에서나 궁상(窮桑)의 들판에서 비밀스러운 도를 전수하였으니, 그것을 일러 개겁도인이라고 한다’라고 되어 있다. 도가에서는 천지가 한번 이루어지고 한번 부서짐을 일러 일겁(一劫)이라 한다.(김승동 편저, 『도교사상사전』, 부산대학교출판부, p.21, 32 참조)
05 세상사의 어려움에 대응함.